“인구절벽, 함께 잘 사는 이민정책 필요”...공존 위한 제안들[히어로콘텐츠/공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21일 03시 00분


[공존:그들과 우리가 되려면]
〈5·끝〉우리도 어딘가에선 그들이다

즐거운 ‘우리’ 지난해 해병대 입대를 앞둔 인도네시아계 한국인 윤대성 씨(가운데)와 친구들. 친구들이 동네 미용실에서  ‘해병대 커트’로 자른 대성 씨 머리를 만지며 즐거워하고 있다.
즐거운 ‘우리’ 지난해 해병대 입대를 앞둔 인도네시아계 한국인 윤대성 씨(가운데)와 친구들. 친구들이 동네 미용실에서 ‘해병대 커트’로 자른 대성 씨 머리를 만지며 즐거워하고 있다.
“한국어를 배워서 아이와 소통하려 했던 ‘그랜마 비(Granma B)’가 없었다면, 우리 아이는 미국 어린이집에 적응하지 못했을 겁니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 ‘공존: 그들과 우리가 되려면’ 시리즈가 보도되자 권석준 성균관대 공대 교수는 17일 페이스북에 해당 기사를 공유하며 미국 유학 경험을 소개했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아이에게 영어를 강요하지 않고 직접 한국어를 배워 보살폈다는 얘기다. 이에 이모 씨도 미국에서의 육아 경험을 떠올리며 “아이를 돌봐주는 곳에서 ‘WATER=MOOL(물)’이란 식으로 중요한 단어를 적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독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포털 사이트 등에서 ‘공존’ 기사를 공유하며 해외에서 이방인으로서 겪은 어려움과 현지인의 따뜻한 도움을 소개했다. 우리가 이방인으로서 도움을 받았듯 이주민들을 돕자는 취지다. 해외 한인교포나 유학생 독자들은 현지 이민정책을 알리며 ‘공존 정책’을 제안했다.
○ “대선 주자, 이민정책 마련하라”

1회 ‘한 동네, 두 세계’(17일자 A1·2·3면), 2회 ‘이주민들 떠나지 못하는 섬’(18일자 A1·2·3면)에서 지적된 언어교육 문제에 공감하는 독자가 많았다. 네덜란드에 사는 한국인 장모 씨는 “네덜란드처럼 취학 전 현지어 교육을 지원하면서, 아이의 언어치료 비용까지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3회 ‘사다리 없는 이주민 아이들’(19일자 A1·2·3면)에 보도된 이주민 비자 제도에 대한 대안도 나왔다. 이민 인재를 국내에서 육성하도록 비자를 개편하자는 얘기다. 벤처캐피털 TBT의 임정욱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 체류 경험을 소개하며 “미국은 비자제도가 유연하다는 인상을 받았고, 이민 변호사도 많았다”며 “능력 있는 이주민을 채용하는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선 주자들이 이민 정책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를 나온 송주영 씨는 “인구절벽은 가장 시급히 다뤄야 하는 문제인데, 양당 대선주자들의 공약에서 인구 문제 및 이민자 정책에 대한 제대로 된 긴 문장 하나 찾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은 2회 기사를 언급하며 “엄마 아빠가 어느 나라 사람이건, 비자가 있건 없건 아이는 학교에 가고 예방주사를 맞고 아프면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좋은 나라”라며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 열띤 토론 촉발
‘공존’ 시리즈는 포털 사이트와 SNS에서 이주민에 대한 열띤 토론을 촉발시켰다. 1회에 알려진 ‘백운동 신축 아파트 입주민’이라고 밝힌 한 독자는 “피자집, 네일아트 사장님 등이 모두 외국인인데 다 좋은 분들이다. 더불어 살아야 한다”고 했다.

반면 한 누리꾼(ohyu****)은 “불법 체류자 아이들보다 자국민 아이가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지 말고 국내 노동자 임금을 향상시켜야 한다’(k1m4****), ‘미등록 아동의 체류 자격을 인정하면 이를 악용하는 외국인들이 폭증한다’(enef****)는 댓글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공존을 위한 상호이해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동관 이민정책연구원장은 “막연한 적개심을 없앨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에 근거한 상호 이해와 소통이 필요하다”며 “다문화는 갈등의 씨앗이 아니라 발전시켜야 할 자원이라는 점을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구절벽 시대, 공존 위한 이민정책 마련을”




미등록 이주아동 체류자격 완화, 2025년 3월까지만 시행 ‘미봉책’
외국인 아동 취학전 보육지원… 미등록 아동 방치 문제도 논의를



법무부가 20일 국내 미등록 이주아동의 체류자격을 완화했지만 여전히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구절벽 시대, 이주민과의 공존을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민 정책의 큰 틀을 다시 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날 발표된 미등록 이주아동 체류자격 완화 방안은 2025년 3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이때까지 국내 거주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대상이 될 수 없다. 초중고교에 재학 중이거나 고교를 졸업한 아동만 대상으로 한 점도 문제다. 한국어가 서투르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워 학교에 늦게 들어가거나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이주아동도 많기 때문이다.

취학 전 아동을 위한 보육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은 점도 한계다. 지금은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등록 외국인도 한국 국적이 아니면 보육료를 지원받지 못한다. 보건복지부는 보육비 지원 대상을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자’로 제한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대상을 ‘국내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영아 경기이주아동보육네트워크 간사는 “세금을 내는 등록 이주민의 영·유아 자녀에게 보육비를 지원하지 않는 건 차별”이라며 “미등록 아동은 방치해도 되는지도 논의해야 할 때”라고 했다.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7월 외국인 영·유아에게도 보육비를 지원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이 안은 국회에 계류됐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출생등록제 시행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등록 이주아동을 출생등록하면 신분이 증명돼 어린이집 입소나 학교 입학, 예방접종 등 복지혜택을 수월하게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출생등록제 도입 방침을 공식화했지만 법 제정, 시스템 마련 등을 거쳐 2024년 이후에나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민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일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이주민을 어떻게 차단하고 통제할 것인가가 아니라, 이주민과 어떻게 같이 잘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히어로콘텐츠팀

▽팀장: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기사 취재: 신희철 김재희 남건우 기자
▽사진·동영상 취재: 송은석 남건우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
▽편집: 한우신 기자
▽프로젝트 기획: 위은지 기자
▽사이트 개발: 고민경 임상아 뉴스룸 디벨로퍼
▽동영상 편집: 남건우 기자 박세진 PD 안채원 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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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이주아동#이민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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