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전에도 말 다리 안묶었다”…KBS 해명 비난 키워 (e글e글)

  • 동아닷컴
  • 입력 2022년 1월 21일 10시 44분


KBS 대하사극 드라마 ‘태종 이방원’에서 낙마 장면을 촬영했던 말이 죽은 사건에 대해 제작진이 사과했지만 석연치 않은 해명이 오히려 비난을 키웠다.

KBS는 20일 입장문을 내고 “제작진은 며칠 전부터 혹시 발생할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 준비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촬영 당시 배우가 말에서 멀리 떨어지고 말의 상체가 땅에 크게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낙마 촬영’에는 다른 많은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 다리에 줄을 묶어 잡아당기는 무자비한 방법을 택한 것부터가 잘못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또 ‘혹시 발생할지 모를 사고에 대비했다’는 KBS의 설명과 달리, 공개된 영상 속에는 말을 위한 어떤 안전장치도 보이지 않는 점, 과거에도 비슷한 방법을 여러 차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점 등을 들어 누리꾼들이 비난하고 있다.

KBS 1TV ‘태종 이방원’ 낙마 장면
KBS 1TV ‘태종 이방원’ 낙마 장면


동물자유연대가 공개한 낙마 장면 촬영 영상을 보면 달리는 말의 다리에 와이어가 묶여 있고, 뒤쪽에서 스태프들이 줄을 잡아당겨 말을 강제로 넘어뜨린다. 말은 한 바퀴 구르며 목이 꺾인 채 땅에 떨어진다.

온라인에 공유된 ‘브레이브 하트’ 촬영 모습. 넘어지는 말 모형.
온라인에 공유된 ‘브레이브 하트’ 촬영 모습. 넘어지는 말 모형.
온라인에 공유된 ‘브레이브 하트’ 촬영 모습
온라인에 공유된 ‘브레이브 하트’ 촬영 모습

누리꾼들은 1995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브레이브 하트’의 낙마 촬영 장면을 공유하며 “27년 전에도 저렇게 미개하게 찍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시의 촬영 장면을 보면 말 모형을 스태프들이 잡아당기고, 주변에는 안전 매트리스가 깔려있는 모습이 보인다. 다른 국내 사극 역시 말을 넘어트리지 않고 편집 기술로 처리한 장면들이 여럿 있다.

해외 한류 팬들도 비난했다. 국내 연예 소식을 주로 다루는 ‘올케이팝’이 이 뉴스를 전하자 댓글에는 “아직도 그런 방법을 쓰다니 믿을 수 없다. 2022년이다 CG 기술이 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KBS 1TV ‘정도전’(2014) 낙마 장면
KBS 1TV ‘정도전’(2014) 낙마 장면
KBS 2TV ‘연모’(2021) 낙마 장면
KBS 2TV ‘연모’(2021) 낙마 장면


게다가 과거에 방송에 등장했던 비슷한 구도의 장면들까지 모두 의심받고 있다. 누리꾼들은 KBS 1TV ‘정도전’(2014), KBS 2TV ‘연모’(2021) 등 종영한 드라마의 낙마장면을 공유하며 “이때도 같은 기법을 쓴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KBS는 “이번 사고를 통해 낙마 촬영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른 방식의 촬영과 표현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도박, 광고, 오락, 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 학대로 규정하고 있다. 동물권단체 카라는 이번 낙마 촬영 책임자를 경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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