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공사기간 단축…아파트 붕괴참사 화 키웠다”

  • 뉴스1
  • 입력 2022년 1월 21일 11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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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소방당국 관계자가 제거되지 못한 잔해물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쯤 해당 공사 현장 201동 건물이 38층부터 23층까지 무너져 작업자 6명이 실종됐다. 실종자 중 1명은 숨진 채 수습됐고, 나머지 5명은 구조하지 못하고 있다. 2022.1.21/뉴스1 © News1
21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소방당국 관계자가 제거되지 못한 잔해물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쯤 해당 공사 현장 201동 건물이 38층부터 23층까지 무너져 작업자 6명이 실종됐다. 실종자 중 1명은 숨진 채 수습됐고, 나머지 5명은 구조하지 못하고 있다. 2022.1.21/뉴스1 © News1
건설 현장 노동자 10명 중 8명은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의 근본적 원인을 ‘공사기간 단축에 따른 속도전’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아파트 붕괴사고를 계기로 지난 17~18일 건설 노동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노동안전 설문조사 결과를 21일 공개했다.

설문에는 목수·철근 등 토목건축, 덤프·레미콘 등 건설기계, 타워크레인, 외선 전기 등 각종 현장에 실제 투입되는 건설 노동자 7573명이 참여했다.

설문조사 결과 화정동 붕괴 참사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 응답자의 80.7%(중복 가능)는 ‘공사기간 단축에 따른 속도전’이라고 응답했다.

‘시공적 원인’에는 응답자의 75.1%(중복 가능)가 ‘콘크리트 타설 보양 부실로 강도 저하’를 꼽았다.

정부가 근로자들의 산업재해 사망 예방을 위해 여러 대책을 발표했으나, 여전히 공사 현장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죽고 다치는 환경에 대해서는 66.9%(중복 가능)가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공기 단축에 따른 속도전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붕괴사고가 발생한 201동 콘크리트 타설일지를 보면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측은 지난해 12월3일 36층 바닥 콘크리트를 타설했다. 이후 37층, 38층 바닥은 각각 7일(12월10일)과 6일(12월16일) 만에 타설했다. 38층 천장도 8일(12월24일) 만에 타설공사를 했다.

또 12월31일에는 방습과 방열, 방오염을 목적으로 주로 최고층에 설치하는 슬래브인 PIT층 벽체가 타설됐고, 이로부터 겨우 11일 뒤인 39층 슬래브(바닥)를 타설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 콘크리트 양생 문제도 수차례 지적했던 내용으로 ‘공사기간 단축’과 연결된다.

통상적으로 겨울철 아파트 건설공사는 10일에 한 개 층 정도 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일반 건설현장에서는 레미콘 작업을 한 후 온풍기를 돌려 콘크리트를 양생하면서 1주일에 한 층씩 올리는 상황이 빈번하다.

이번 붕괴 사고 아파트도 1주일에 한 층씩 콘크리트를 타설했다.

건설 현장에서는 콘크리트 타설보다 양생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콘크리트 타설을 하더라도 지지대(동바리)를 오랜 기간 받쳐 콘크리트 강도가 나오도록 굳히는 작업이 필수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고 현장 38층과 37층, 36층 등에는 동바리가 철거돼 있었다. 양생 과정에서 부실이 있었다는 방증이다.

건설현장의 불법 재하도급 관행도 사고의 큰 원인이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공사의 재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일선 건설현장에서 다단계 하도급은 여전한 관행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업자가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전부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부분의 대부분을 다른 건설사업자에게 하도급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안전관리 소홀과 부실공사 등을 막기 위해 재하도급을 법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서 이같은 규정은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인력이나 장비 없이 중간 이윤만을 취하는 무늬만 건설업체가 불법 재하도급 과정에 끼면서 공사금액은 단계를 거칠수록 턱없이 낮아질 수밖에 없고 사고 발생 후에는 책임자가 불분명하고 꼬리 자르기가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최저가 낙찰과 불법다단계하도급, 무리한 속도전, 원청의 관리감독 부실, 있으나 마나 한 감리제도로 잇따른 참사가 난 것이다”며 “하지만 시공을 책임지는 건설사 중 그 어느 곳도 사고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설안전특별법을 이제라도 제정해야 한다”며 “정부는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현대산업개발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쯤 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아이파크 아파트 201동 건물이 38층부터 23층까지 일부 무너져 내려 작업자 6명이 실종됐다. 1명은 숨진 채 수습됐고 나머지 5명은 구조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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