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현직 검사가 아닌 외부의 중대재해, 노동인권 전문가를 검사장으로 임용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법무부가 외부 공모에 나선 지 나흘 만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검찰 내부 반발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21일 박 장관이 전날(20일) 저녁 김오수 검찰총장과 만찬을 가진 뒤 검사장 공모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박 장관과의 만찬에서 “외부 전문가를 검사장으로 임용하는 건 검찰청법과 직제 규정의 취지에 어긋날 수 있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으며, 검찰 구성원들의 사기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는 반대 의견을 분명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박 장관도 기존 입장을 고수하지 않고 한 발 물러났다.
이에 따라 법무부와 대검은 검사장 신규 임용 대신에 대검 산하에 외부 인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중대재해 자문기구를 설치하기로 했다. 대검은 건설 현장에서 라이프라인(생명띠)를 착용하도록 일정 기간 동안 특별 계도하고, 계도 기간이 경과한 뒤 이를 위반해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중대재해에 대한 엄정 대응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입장을 냈다. 대검도 “장관께서 강조하신 중대재해에 대한 근본적 인식 변화, 전문성 강화, 엄정대응 필요성에 대해서 깊이 공감하며, 검찰 업무에서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자문기구 설치, 전문성 등을 갖춘 검사 양성 등을 신속하고 충실하게 이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해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외부 인사를 공모를 거쳐 검사장으로 임용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달 17일 공모 절차를 시작했고 21일인 이날까지 지원 서류를 접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선 “수사 지휘를 하는 검사장 자리에 현직 검사가 아닌 외부 인사를 보임한 전례가 없었고, 박 장관이 친정권 성향의 내정자를 염두에 두고 ‘알박기 인사’를 하려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김 총장도 반대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했고 박 장관은 긴급하게 김 총장과의 만찬 일정을 잡아 의견 조율 끝에 검사장 외부 공모를 철회하는 것으로 정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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