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38도 이상인 접종 완료자와 38도 이하인 미접종자 중에 정부에선 누가 더 위험하다고 보나요?”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한원교)는 지난 7일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등 1023명이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상대로 낸 방역패스 처분 집행정지 사건 심문기일에서 정부 측에 이같이 질문했다.
재판부는 일주일 뒤 비교적 감염 위험이 낮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상점·마트·백화점(3000㎡ 이상)에 대한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만 12~18세 청소년의 방역패스 확대도 중지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코로나19의 ‘전파력’을 이해하고, 방역패스가 이를 얼마나 억제할 수 있는지는 판단하기 위해 이 질문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으로 이어질 법원의 판단 기준의 하나로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무증상 미접종자 불가, 유증상 접종자 가능…모순?
현재까지 코로나19의 확진 유무를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가장 정확한 방법은 유전자 증폭(PCR) 검사다. 현재 의료역량을 감안할 때 유일한 공신력 있는 검사 방법으로 꼽힌다.
현행 방역패스 제도는 미접종자는 적용 시설에 출입할 수 없다. 반면, 코막힘·기침 등 증상이 있어도 접종완료자라면 해당 시설에 입장 가능하다.
때문에 일반 시민들은 이런 방역조치가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한다. 재판부는 이러한 질문을 법리적으로 재해석해 방역패스가 정당한 처분인지, 실효성이 있는 행정조치인지 확인하기 위해 방역당국에 물은 것이다.
다만 정부 측은 ‘발열’을 유증상의 판단 기준으로 삼기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엔 발열이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였지만 여러 변이를 거듭하며 전세계적으로 발열이 사라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질문의 확장…“전파가능성이 방역패스 심리 중요 기준”
재판부가 던진 질문을 바탕으로 일부 인용한 결정을 재해석해보면, 방역패스 적용 유무를 가른 기준은 ‘전파 가능성’이 된다. 설령 돌파감염자가 시설에 방문하더라도 전파를 차단한 최소한의 조건들이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3000㎡ 이상 대형 마트·상점·백화점에는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것이 정당하지 않은 처분이라고 봤다. 이 시설은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는 상태로 출입하게 돼 이로 인해 얻는 공공복리보다 제한되는 기본권이 더 크다는 것이다.
반면 식당·카페는 마스크를 잠시라도 벗게 된다. 재판부는 이 경우 미접종자가 위험에 노출되고, 미접종자를 중심으로 중증화율이 높아지면 의료체계 안정이라는 공익이 훼손된다고 봤다.
결국 재판부는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밀집도 제한이나 방역수칙 강화 등으로 감염 위험도를 더 낮출 방법이 있는 경우, 미접종자의 출입 자체를 통제하는 불이익을 준 것은 지나치게 과도한 제한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방역패스 2차전…쟁점 ‘청소년’과 ‘마스크 미착용 시설’
이 사건은 서울시가 청소년 방역패스에 항고하고, 신청인들이 식당·카페 등에 대해 기각한 결정에 불복하면서 항고심의 판단을 받게됐다. 또 학원 등 방역패스 사건도 항고심에 계류 중으로 공방은 현재 진행 형이다.
정부는 생활 필수 시설 6종의 방역패스를 해제하면서도 12~18세 청소년 대상 방역패스와 침방울이 다량 발생하는 연기·관악기·노래 학원에 대해서는 방역패스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항고심에서도 ‘12~18세 청소년의 방역패스 적용이 적절한가’와 ‘마스크 미착용 시설의 방역패스 적용이 적절한가’ 큰 두 개의 틀에서 양측의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재판부는 ‘전파력’을 우선으로 공익과 국민의 건강권에 대해 심리할 것으로 보여 “무증상 미접종자와 유증상 접종완료자 중 누가 전파의 위험이 높은가”라는 질문이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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