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자가 스크리닝 시스템’ 도입
스스로 상태 점검하고 전용 앱 통해 전문가 모니터링
심할 경우 전문병원 치료 연계 병원비 일부 지원
서울시가 빨간불이 켜진 ‘청년 정신건강’에 대해 집중 관리에 나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서울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청년 상담 건수가 10만 건을 넘어서는 등 심각 수준(본보 1월 21일자 A12면)에 이른 데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대응방식도 상담 위주의 사후 관리가 아닌 ‘예방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예정이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자치구가 운영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 25곳의 청년(19~38세) 상담건수는 10만138건으로 코로나19가 있기 전인 2019년(4만481건)에 비해 2.5배로 늘었다. 상담건수가 10만 건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 온라인으로 정신건강 진단, 전용 앱도 개발
2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시는 이르면 3월부터 청년 정신건강 ‘온라인 자가 스크리닝 시스템’을 도입해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자가 스크리닝 설문은 실제 정신과에서 검진을 위해 활용하는 500여 개 문항을 100여 개로 압축한 것으로 검사비용은 모두 시가 부담한다.
기존에도 자치구 정신겅강복지센터 등에서 자가진단을 했지만 5~10개의 간단한 설문으로 정신건강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신과 진료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차마 병원을 찾지 못하다가 정신건강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온라인을 통해 언제든 부담 없이 자가진단을 할 수 있도록 했다”며 “청년기 때 많이 겪는 증을 반영한 문항을 중심으로 맞춤형 진단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검진이 끝나면 임상 심리상담사 등 전문가가 이를 분석해 맞춤형 관리에 들어간다. 특이점이 없다고 판단되는 ‘일반군’의 경우 1대1 상담과 명상, 그룹상담 등 예방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준위기군’은 상담과 함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상시 관리 체계에 들어가고 ‘고위기군’은 필요하면 약물치료 등 전문 치료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정신건강 위기군 관리를 위한 전용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한다. 우울감 등 평소 심리 상태를 앱을 통해 수시로 확인하고 명상 프로그램 등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콘텐츠 등이 담길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디지털 치료학회, 정신과 전문의 등과 협의에 맞춤형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라며 “우리 청년들의 특성을 최대한 반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청년 정신건강 예방 중심으로 공공에서 적극 나서야
이번 조치는 청년 정신전강에 대해 시가 체계적인 대응체계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예전에 단순 상담 중심의 관리에서, 예방과 맞춤형 관리로 패러다임이 바뀐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전문가들은 청년 정신건강이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며 국가와 지자체 등 공공기관에서 체계적인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호주 등은 청년정신 건강을 중요 국가 의제로 삼고 예방 위주의 적극 대응에 나서고 반면 우리는 사후관리 정도에 그치고 있다”면서 “국가 예산을 대거 투입해 청소년·청년기 정신건강을 집중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는 올해 ‘1대1 마음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청년 7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자가스크리닝 등 시범사업을 진행한 후, 예산을 추가 확보해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청년 정신건강이 이전보다 더 악화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청년 정신건강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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