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되면서 올해도 설 연휴 가족모임을 취소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호소문을 발표하는 등 ‘귀성 막기’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 고향 방문, 성묘 막기 대책 봇물
전북도는 26일부터는 유동인구가 많은 180곳에 ‘설 명절 만남을 자제합시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기로 했다. 최근 도내 14개 시군에 ‘출향민에게 고향 방문 자제를 적극 요청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오미크론 재확산으로 상황의 심각성이 더해졌다는 판단에서다. 전북도 관계자는 “출향민 7000여 명이 가입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비대면 통화 등으로 가족들의 안부를 물어 달라’고 홍보하는 중”이라고 했다.
전남도 역시 이동 자제 현수막을 내걸고 설 연휴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기차역과 버스 터미널을 중심으로 방역 동참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연휴 기간 성묘를 막기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대구시는 설 연휴 기간(1월 31일∼2월 2일) 시립공원묘지 봉안당을 폐쇄한다. 대구시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온라인 추모관을 통해 비대면으로 성묘와 차례를 지낼 수 있다는 점을 적극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시도 연휴기간 영락공원 등 공설묘지와 봉안시설 문을 닫는다. 수원은 추모시설인 연화장에 성묘 사전예약제를 도입했고, 전남 장흥군은 18일 일찌감치 합동 성묘를 진행하며 귀성 자제를 촉구했다.
코로나19 재확산과 정부 및 지자체의 자제 요청에 따라 고향 방문을 포기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경남 창원에 사는 최모 씨(80)는 이번 설 가족 모임을 안 하기로 했다. 집안 최고 어른인 최 씨는 “명절마다 모여 우애를 나누는 것이 집안 전통이며 자랑이었는데 아쉽다”며 “집안별로 1명씩이라도 모이려 했는데 결국 다음을 기약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윤민영 씨(54·서울 용산구)도 고민 끝에 올 설 부산 시댁에 안 가기로 했다. 윤 씨는 “2020년부터 벌써 2년 넘게 명절 가족 모임을 못 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대학생 조모 씨(24)도 “항암 치료 중인 외할머니가 걱정돼 설에 친가에 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 식당 카페도 자체 방역 강화
오미크론의 높은 전파력 때문에 백신 미접종자의 출입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식당 카페도 적지 않다. 현재 방역지침상 미접종자 1인이 식사할 경우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확인서가 필요 없지만 자체적으로 강화된 조치를 적용하는 것이다.
서울 강북구의 한 순댓국집 관계자는 24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다른 손님들이 항의하기 때문에 미접종자는 받지 않는다”고 했다. 종로구의 한 카페도 최근 ‘미접종자는 PCR 음성확인서를 지참해도 들어갈 수 없다’고 공지했다. 대형병원도 방역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서울아산병원은 보호자의 경우 이틀 이내 발급된 PCR 검사 음성확인서를 제출하면 출입이 가능하다는 내부 방침을 바꿔 10일부터 예방접종증명서를 필수적으로 제시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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