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줄이 어디여?” “어머니, 어떻게 오셨어요? 격리 중이셨어?” “3차까지 다 백신을 맞았어, 나는!” “백신 말고요, 오늘 왜 검사받으시는 거예요? 접촉자로 전화 받으셨어?”
26일 오전 8시50분쯤 광주 서구청사 야외에 설치된 선별진료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기 위한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맞춰 이날부터 새로운 검사와 치료 체계가 도입됐다.
확진자가 나왔던 치평동 소재의 한 초등학교의 집단 자가격리가 끝나는 날이어서 검사소에는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수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렸다. 운영 시간 전부터 줄이 청사 입구까지 늘어서며 흡사 시장통과 같았다.
서구청 선별진료소는 검사 통로를 3곳으로 분리해 운영하고 있었다. 야외 검사소 1층 왼쪽은 60세 이상과 밀접접촉자 통보자 통로, 오른쪽은 자가격리자 검사 통로다.
무증상으로 ‘혹시나’ 싶어 검사를 받거나 음성 확인서가 필요한 시민은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신속 항원검사를 받을 수 있다.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가 자가격리자 검사 줄을 무시한 채 검사장 안쪽으로 무작정 들어와 “검사 줄이 어디여? 어디로 가야혀”라며 소리쳤다.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이 검사소 안쪽에서 황급히 나와 “어떻게 오셨냐”고 물었고 노인은 “백신을 3차까지 맞았다”며 QR코드 화면을 띄워 보였다.
의료진은 “그 화면 안 보여주셔도 된다”고 했고 할머니는 “내일 병원에 입원혀야 하는데 글서 온 거여, 어깨 짝이 아파서 화순 병원에 가야 해”라고 말했다. 그제야 의료진이 긴 한숨을 내쉬며 그를 60세 이상 검사 줄로 안내했다.
공간 분리에 대한 혼란은 비단 노인만 겪는 일이 아니었다.
서구청 선별진료소를 찾아본 경험이 있다는 20대 청년마저도 어디에 줄을 서야할 지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자가격리 해제 전 검사를 받으러 온 정승호씨(21)는 “입구는 너무 많은데 안내하는 사람이 없어서 한참을 헤맸다”며 “다른 사람과 접촉하면 안되는데 어디 서야할 지 몰라 모르는 사람한테 일일이 ‘이 줄이 맞냐’고 묻고 다녔다”고 토로했다.
반면 2층 신속 항원검사소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약 10명의 의료진이 배치됐지만 30분간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은 세 가족에 불과했다.
시민들은 검사소 앞쪽에서 자가검사 키트를 전달받은 뒤 안쪽에서 스스로 검체를 채취해 제출하고 야외 벤치에서 15분 대기한 뒤 검사 결과를 받을 수 있다.
검사를 마친 뒤 대기 중이던 김찬(10)군과 그의 어머니는 “기존에 코로나19 검사는 의료진이 코를 찔러서 검사해 아무래도 깊게 찔러 아픈 감이 있었다”며 “자가 키트는 면봉의 길이가 짧아서 덜 힘들었다. 검사 줄도 짧고 결과도 신속히 받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일선 의료진들은 “신속 항원검사는 안 그래도 바쁜 의료진의 업무를 과중하게 하는 것”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차라리 정부 보조금을 투입해 약국에 천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키트를 풀어 누구나 집에서 쉽게 검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호흡기 클리닉에 가는 방법도 있지만 진료비가 5000원이다 보니 시민들이 가겠냐.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이날부터 오미크론이 우세화된 광주와 전남, 경기 평택, 안성 등 4곳에서 새로운 검사와 치료체계를 운영한다.
역학 연관자, 의사 소견 보유자, 60세 이상 등 고위험군은 선별진료소에서 PCR 검사를 하고, 요양병원 등 감염 취약시설 환자도 선제적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일반 진단검사의 경우 선별진료소에서 별도 자가검사키트로 검사한 뒤, 양성이 나왔을 때만 바로 PCR 검사를 받도록 했다.
발열 등 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의사의 진단 결과 코로나 의심 증상이 있는 유증상자는 호흡기 전담 클리닉에서 의사의 진찰 후 전문가용 신속 항원검사를 시행, 양성일 경우에만 PCR 검사를 한다.
광주에서는 시청 앞 선별진료소와 5개 자치구 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 인근에 신속검사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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