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여학생 머리·옷에 소변 본 30대, 파기환송심서 벌금형

  • 뉴시스
  • 입력 2022년 1월 26일 11시 22분


아파트 놀이터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학생의 머리카락과 옷에 소변을 본 30대가 파기환송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이경희)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34)씨에게 무죄였던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500만원를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40시간과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3년도 함께 명령했다.

재판부는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유죄로 판단했다”라며 “피고인이 진행하는 연기 수업 등이 있고 범행을 반복하지 않아 취업 제한을 하지 않아도 위험성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진 범행 등을 봐서는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라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11월 25일 천안시 동남구의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의자에 앉아 통화하고 있던 B(18)양의 뒤에서 머리카락과 옷 부분에 소변을 본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B양은 자신의 옷과 머리카락에 소변이 묻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귀가 후 이 사실을 알아차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화가 난다는 이유로 길을 걷던 다른 미성년자인 피해자 가방을 잡아당기고 침을 뱉어 폭행한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방뇨행위로 B양의 성적 자기 결정 자유가 침해됐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증거가 없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재판에 넘겨진 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 판단과 마찬가지로 방뇨행위로 성적 자기 결정 자유가 침해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이 판결에 불복한 검찰이 상고를 제기한 결과 대법원은 A씨의 행위가 객관적으로 강제추행에 해당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추행으로 성적 자유를 침해받았을 때 느끼는 수치심이 반드시 부끄럽거나 창피한 감정으로 나타나지 않으며 다양할 수 있다는 판례와 성적 도덕 관념에 반하는 행위를 했다면 추행으로 볼 수 있고 반드시 성적 수치심을 실제로 느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판례 등을 근거로 삼았다.

대법원 재판부는 “A씨가 일면식 없던 B양 뒤에 몰래 접근해 소변을 본 것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한다”라며 “선량한 성적 도덕 관념에 반하는 행위고 당시 B양이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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