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연락처를 휴대폰에서 지웠다”는 이유로 자고 있는 남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3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성주)는 26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38·여)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6월6일 오전 11시45분께 전북 전주시 우아동 한 원룸에서 남자친구 B씨(22)의 가슴과 목 등을 흉기로 34회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 등에 따르면 A씨는 범행 전날부터 B씨가 전화를 받지 않자 B씨의 거주지까지 찾아갔다.
당시 B씨는 술에 취해 잠을 자고 있던 상태였다.
A씨는 B씨의 휴대폰을 살펴보던 중 자신의 연락처가 삭제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격분한 A씨는 B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집안에 있던 흉기로 자고 있는 B씨를 찔렀다. 찌른 횟수만 34차례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시 A씨는 흉기가 미끄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화장지로 흉기 손잡이를 감은 사실도 드러났다.
A씨는 지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B씨 휴대전화에 내 번호가 지워져 있어 화가 나 그랬다”고 진술했다.
1심 재판부는 “주소록에 피고인의 이름이 저장돼 있지 않아 살해했다는 범행 동기는 엽기적이며, 납득도 되지 않는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A씨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22세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게 됐다“며 ”살인 동기는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고 피해자에게 연락처를 왜 삭제했는지, 카카오톡이 왜 차단됐는지 물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A씨의 범행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계획적인 범행은 아닌 점, 피해자에 대한 참회에 대한 마음이 있다는 점, 성인재범위험성 평가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온 점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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