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뒤에서 몰래 소변본 30대, 무죄→벌금 뒤집힌 이유는

  • 동아닷컴
  • 입력 2022년 1월 26일 16시 19분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처음 본 10대 여학생의 머리카락과 옷에 몰래 소변을 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가 파기환송심에서 유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6일 대전지법 형사항소5부(재판장 이경희)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 씨(33)에게 무죄를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3년간 아동 관련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A 씨는 지난 2019년 11월 25일 충남 천안시의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의자에 앉아 통화하고 있던 피해 여학생 B 양(당시 18세)의 뒤에서 머리카락과 옷 등에 소변을 본 혐의를 받는다. 당시 B 양은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가 귀가 후 뒤늦게 알아채 경찰에 신고했다.

1·2심 재판부는 “A 씨의 방뇨행위로 인해 B 양의 성적 자기결정 자유가 침해됐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 씨의 행위는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한다”며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 피해자가 당시 범행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서 추행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며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추행으로 성적 자유를 침해받았을 때 느끼는 수치심이 반드시 부끄럽거나 창피한 감정으로 나타나지 않으며,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를 했다면 추행으로 볼 수 있고, 반드시 성적 수치심을 실제로 느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판례 등을 근거로 삼았다.

이러한 판단에 따라 대전지법 재판부는 사건을 다시 심리해 A 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한편 이 사건과 별개로 A 씨는 화가 난다는 이유로 길을 걷던 다른 미성년자의 가방을 잡아당기고 침을 뱉어 폭행한 혐의도 받는데, 해당 혐의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공소기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대전지법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반복하지 않아 취업제한을 하지 않아도 위험성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진 범행(폭행) 등을 봐서는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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