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운전 여전… “내리려는데 버스 문 닫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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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버스 하차승객 문끼임 사망사고 1년 지났지만… 과속-신호위반-급정거 다반사
승객들 “사고후에도 나아진 게 없다”… 기사들 “빠듯한 운행시간에 불가피”
버스 난폭운전-법규위반 민원 늘어… 전문가 “전용차로 확대-노선개편을”

“잠깐만요! 아직 할머니가 안 내렸어요!”

20일 오후 6시경 기자가 탄 경기 파주시의 한 시내버스가 정류장에 멈춰 섰다. 한 할머니가 버스에서 완전히 내리기도 전에 문이 닫힌다는 경고음이 울렸다. 할머니를 부축하던 동행은 놀란 채 버스기사에게 ‘문을 닫지 말라’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시내버스 ‘난폭운전’이 여전히 승객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지난해 1월 파주시에서는 시내버스에서 내리던 20대 여성이 출입문에 손이 끼었는데, 그 상태로 끌려가다 버스 뒷바퀴에 깔려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버스 출입문의 감지 센서가 끼임을 감지하지 못한 것과 함께 문이 제대로 닫힌 것을 확인하지 않은 채 급하게 출발한 버스기사의 안전의식 부족이 사고 원인으로 지적됐다.
○ 사고 1년 뒤에도 여전히 ‘위험천만’
사고로부터 약 1년이 지난 이달 20일과 24일, 사고가 났던 노선 버스를 동아일보 기자가 3시간가량 탑승했는데 여전히 위험천만한 운전이 이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4일에는 한 남성이 버스 하차 도중 뒷문이 닫히면서 몸이 문에 끼는 일이 벌어졌다. 다행히 감지 센서가 작동한 듯 문이 바로 다시 열려 승객이 다치지는 않았다.

시민들도 버스를 타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 정류장에서 만난 승객 12명 중 7명은 “지난해 인명 사고가 난 후에도 나아진 게 없다”며 “버스가 여전히 위험한 것 같다”고 했다. 파주에 사는 윤경옥 씨(64)는 “얼마 전에도 버스에서 채 내리지도 않았는데 문이 닫히려고 해 기사와 말다툼을 했다”며 “오늘은 버스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서 있다가) 넘어질 뻔했다”고 하소연했다.

버스기사들도 할 말은 있다. 파주 시내버스기사 김모 씨(55)는 “빡빡하게 정해진 운행 시간과 배차 간격을 맞추려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과속 신호위반 등 난폭운전을 하게 된다”고 했다.

실제로 베테랑 운전기사도 회사가 정하는 ‘권장 운행시간’을 맞추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사고가 났던 노선의 경우 기점에서 회차 지점을 거쳐 종점까지 권장 운행시간은 4시간이다. 편도에 2시간이 배정된 건데 기자가 24일 회차 지점에서 탄 버스는 신호위반 3번과 급정거 급출발 6번을 한 후에야 2시간 2분 만에 간신히 편도 주행을 마쳤다. 이 버스는 제한속도가 시속 50km인 구간에서 65km로 과속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버스회사는 기자의 문의에 “신호위반 과속 등 급하게 운전하는 문제는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 난폭운전, 법규 위반 민원 늘어
난폭운전은 특정 버스 노선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국민신문고를 통해 경기도에 접수된 시내버스 관련 민원 중 버스 법규 위반을 지적하는 민원은 2만1578건으로 전년(2만931건) 대비 3.1%가량 늘었다. 이 중 난폭운전과 관련된 민원은 2152건으로 전년(2027건) 대비 약 6.2%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버스기사가 시간에 쫓기지 않으면서 ‘정시성’을 유지하려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버스전용차로를 확대하고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진 노선을 개편해야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노선의 합리적 개편 등을 위해 버스 회사의 적자를 지방자치단체가 보전해주는 ‘버스 준공영제’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지자체 예산이 한정돼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위험운전#파주 버스#하차승객#끼임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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