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5일 단행한 2022년도 고위법관 인사에서 신임 고법판사 임명자 가운데 서울고법에 배치된 판사 8명 중 4명(50.0%)이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새 비서실장을 비롯해 서울행정법원장,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등 요직에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 대거 임명됐다. 법원 일각에선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회장을 지낸 김 대법원장이 올해 인사에서도 진보 성향 판사들을 선호 보직에 앉히는 ‘코드 인사’를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경쟁률 10 대 1 넘는데… 특정 모임이 절반 차지
2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다음 달 21일자로 신규 임용되는 고법판사 23명 중 최소 4명 이상이 진보 성향 법관 모임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 내부에서는 “주요 사건의 2심 재판을 전부 담당하는 고법판사 자리에 특정 모임 출신을 대거 임명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법판사는 원칙상 같은 고등법원에 정년까지 평생 근무할 수 있어 법원에서는 ‘새로운 요직’으로 꼽힌다. 김 대법원장이 서열화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도를 폐지했지만 결과적으로 고법판사 자리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국 주요 사건 항소심을 담당하는 서울고법에 신규 보임하는 고법판사 8명 중 4명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고, 그 중 1명은 우리법연구회도 가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고법 판사직은 근무처가 서울이고 한 번 부임하면 다른 지방 고등법원에 결원이 생기지 않는 이상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장점 등이 있어 판사 간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도 100명가량이 몰려 경쟁률이 10 대 1에 달했는데 진보 성향 모임 회원들이 절반을 차지한 것이다.
다른 법원 요직에도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 대거 배치됐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장낙원 신임 서울행정법원장이 대표적이다. 오재성 신임 전주지법원장은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이고 황진구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김성주 광주고법 수석판사, 윤성식 사법연수원 수석교수 등도 모두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김상우 대법원장 비서실장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 제왕적 인사권을 시스템화한 ‘법원장 추천제’
김 대법원장이 2019년부터 시행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투표로 추천된 후보’라는 절차적 공정성을 강조했지만 법원 내부에선 “대법원장의 제왕적 인사권을 시스템화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원장 후보 추천과정에서 해당 법원 판사들은 관례적으로 법원장에 이어 ‘넘버 투’인 수석부장판사를 후보 셋 중 한 명으로 넣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수석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자리이다 보니, 최종 결정권을 가진 대법원장이 자신이 임명한 수석부장판사를 법원장에 앉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4년 동안 추천제를 통해 발탁된 법원장 16명 중 6명(37.5%)은 수석부장판사 출신이었다. 한 부장판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석부장판사와 법원장은 해당 법원 판사를 각 재판부에 배치할 권한을 가지는 중요한 자리인데 이 인사에 대법원장이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대법원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9월까지 코드 인사가 더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김 대법원장이 임기 내 전국 21개 법원으로 추천제를 확대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전국 최대 규모인 서울중앙지법에도 법원장 후보 추천제 도입이 검토되고 있는데, 유력 후보로 꼽히는 서울중앙지법 고연금 형사수석과 송경근 민사수석은 모두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반면 법원 내부에선 법원장 추천제가 시행 초기인 만큼 평가하기는 이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수석부장판사가 법원장이 되면 해당 법원과 판사들을 잘 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을 수 있다”며 “좀 더 경과를 지켜봐야 제도의 효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판사는 코드 인사 논란에 대해서도 “우리법 및 인권법연구회 출신 중에도 실력과 인품이 훌륭한 판사들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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