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명절인 설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설날이 되면 가족, 친지들이 삼삼오오 한자리에 모여 덕담을 나눈다. 특히 아이들에겐 ‘세뱃돈 받는 날’로 인기가 높다.
그러나 세뱃돈을 줘야 하는 어른들은 지갑 사정이 신경 쓰인다. 누구에게 얼마를 줘야 할지 고민도 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아이들의 기쁨과 어른들의 고민이 사라질 전망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정부의 이동자제 당부로 귀성인구가 줄면서 만나야 할 사람이 크게 줄었고, 세뱃돈을 줘야 할 대상도 줄었기 때문이다.
경기 안양시 평촌신도시에 사는 김 모 씨(58)는 31일 애초 전남 고향 방문을 계획했으나 포기했다고 말했다. 최근 오미크론이 급속도로 확산돼 가지 않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부모님께 영상으로 인사를 드렸고, 친척들로부터 많은 세뱃돈을 받아, 비싼 장난감을 사겠다는 아이들의 꿈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세뱃돈을 의미하는 단어가 처음 쓰인 것은 조선 말기 문신인 최영년이 낸 시집 ‘해동죽지’에 세뱃돈을 의미하는 ‘세배갑’이 등장한다. 새해 인사에 대한 답례와 여비 차원에서 소정의 돈을 건넨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세뱃돈에는 인사에 따른 답례의 의미가 담겨있는 만큼 자손들은 설날에는 어른들께 진심을 담아 인사드리고, 어르신들은 어떻게 답례를 할까를 생각한다. ‘얼마나 주는 게 적당할까’라는 고민도 한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어린 손자·손녀를 만나는 기쁨이 더 크기에 고민보다는 만나기를 더 기대한다. 과천시에 사는 한 어르신은 “아버지 직장 따라 지방에 사는 손자가 온다고 하더니 못 온다고 해 씁쓸하다”며 먼 하늘만 봤다.
민족 대명절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으나, 올해도 코로나19 대유행 한가운데에서 민족 최대의 명절을 맞으면서, 사적 모임 인원이 최대 6명으로 제한된 탓에 시끌벅적했던 명절이 낯선 풍경으로 바뀌고 있다.
설날 아침 어르신께 세배를 드리고 세뱃돈을 받으며 설레는 아이의 모습도, 고향에 내려오라고 재촉하던 어머니의 전화도 이제는 당연한 게 아닌 조심스러운 모습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리 고유의 세시 풍속도를 바꿔놓고 있다.
코로나19 3년 차를 맞아 여느 때처럼 힘겹지만, 임인년 ‘검은 호랑이의 해’에 호랑이 기운을 받아 모두가 건강하고 복된 한 해가 되길 명절의 훈훈한 덕담과 행복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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