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방위로 불거진 ‘통신조회’ 논란은 공수처가 언론사·야당 정치인·민간인 300여명을 상대로 광범위한 통신자료를 조회하면서 불거졌다. 논란이 커지자 공수처는 “적법성을 넘어 적절성까지 고려하겠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관련 헌법소원과 법 개정안이 잇따라 나오면서 법리적 판단을 기다려야 할 상황에 놓였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형사소송법학회는 지난달 28일 공수처 등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수집행위 위법성을 지적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앞서 공수처는 정웅석 형소법 학회장을 포함한 회원 20여명을 상대로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영장과 달리 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전화번호 등 통신사 가입자 정보가 담긴 ‘통신자료’의 경우 전기통신사업법 83조에 따라 수사기관이 통신사를 통해 직접 제공받는데, 이 과정에서 법원의 영장을 받지 않아도 된다.
형소법학회는 이를 두고 “국민의 개인정보는 개개인의 것이기 때문에 통신사가 국민 동의 없이 이를 제공했다면 국민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랐다는 이유로 일반인에 대한 공수처의 무차별적 통신자료 수집행위가 적법해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 역시 지난해 12월 김진욱 공수처장을 경찰에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하고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미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은 지난 2016년 전기통신사업법 83조3항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한 바 있다.
‘김학의 위법 출국금지’ 의혹 공익신고자인 장준희(52·사법연수원 31기) 인천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는 통신영장 발부 및 통신조회 관련 공수처의 정보공개청구 거부에 이의신청을 낸 상태다. 앞서 공수처는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장 부장검사의 통화 및 SNS 내역을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통신영장 사본 등을 공개하라는 장 부장검사의 요청에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장 부장검사의 이의제기에 따라 공수처는 정보공개 심의회를 열어 이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결과를 장 부장검사에게 통보해야 한다.
한편 공수처의 ‘통신조회’ 논란이 전방위로 확대되자, 국가인권위원회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 수사 관행이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우려하면서 법적 근거인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피의자의 기본적인 신상 정보를 파악하려는 수사기관의 활동이 사회·공익적 정의 실현을 위해 필요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통신자료와 같은 개인정보는 수사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으로 제공돼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통신조회’ 논란과 관련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돼 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등 10명은 이동통신사가 수사기관에 통신이용자정보를 제공할 경우 당사자에게 제공 사실을 알리는 절차를 두자는 내용의 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다만 이에 대해 법무부는 수사 지장 등의 이유로 사실상 법 개정이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을 낸 상태다.
한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의 경우 국가 배상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헌법소원을 통해 수사기관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저인망식 통신조회의 위법성이 인정될 경우, 구체적인 손해액을 특정한 소송이 줄줄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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