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새해 인사를 두 번씩 나눕니다. 양력은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을 1년으로 정해 만든 것이고, 음력은 달이 지구 둘레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을 한 달로 삼아 만든 것입니다. 양력을 사용한 서양과 달리 동양에서는 음력을 사용했습니다. 우리의 농사는 물론이고 세시풍속과 제사도 음력이 기준이었습니다.
근대사회로 접어들면서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1896년 대한제국 김홍집 내각은 처음 양력을 새로운 시간 체계로 선포했습니다. 메이지 유신 이래 양력으로 전환한 일본의 영향입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양력을 사용했고, 광복 이후 우리 정부도 한동안 음력설 폐지를 고수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정책도 일상 속에 녹아 있는 문화를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정부는 음력설과 양력설을 함께 지내기로 했습니다. 1985년 음력설이 ‘민속의 날’이란 이름으로 공휴일로 지정됐습니다. 1989년에는 ‘설’이라는 고유 명칭을 되찾게 됐습니다.
오늘(4일) 태양의 황경(黃經)이 315도로 봄이 시작되는 절기 입춘(立春)입니다. 대한(大寒)과 우수(雨水) 사이에 있는 절기로 24절기 중 첫 번째입니다. 입춘에 대문이나 문지방 등에 입춘방이라 일컫는 글을 써 붙이는 풍습이 있습니다. 설날 문신들이 지어 올린 신년축시 중에서 잘된 것을 골라 대궐의 기둥과 난간에 써 붙인 데서 유래했습니다.
입춘대길(立春大吉)과 건양다경(建陽多慶)이 대표적입니다. 건양다경은 입춘을 맞이하여 ‘밝은 기운을 받아들이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기를 기원한다’, 입춘대길은 ‘입춘을 맞이하여 크게 길하게 한다’는 뜻입니다. 추사 김정희가 7세 때 대문에 ‘입춘대길 건양다경’을 써 붙였는데, 재상 채제공이 이를 보고 장차 최고의 명필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설과 입춘을 맞아 길(吉)한 소식들이 들려옵니다. 우리나라가 월드컵 축구 10회 연속 진출을 확정했습니다. 파울루 벤투 감독(54·사진)이 이끄는 대표팀은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8차전에서 시리아를 2 대 0으로 꺾고 설 선물을 안겼습니다. 올해로 22회째를 맞는 월드컵에서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룬 나라는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스페인에 이어 한국이 세계에서 6번째입니다. 2018년 8월부터 국가대표를 책임진 벤투 감독은 한동안 지도력을 의심받으며 비판의 표적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축구를 뚝심 있게 밀어붙였습니다. 볼 점유율을 높이며 빌드업으로 압박하는 축구로 1차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올해는 새해 들려오는 여러 좋은 소식과 함께 입춘대길, 건양다경의 소망대로 국운이 융성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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