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기 위해 신속항원검사를 우선하는 검사 체계를 꺼내들었지만, 현장에선 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첫날 예정한 동네 병·의원 중 3분의 2 정도만 검사가 가능했고, 검사 키트가 배달 안 됐거나 무료라던 검사비를 받는 등 정비가 안된 모습이었다. 빠른 검사와 달리 떨어지는 정확도도 우려가 크다.
신속항원검사는 6시간 이상 소요되는 기존 PCR(유전자 증폭) 검사와 달리 30분 내외면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오미크론 변이는 전파력이 강해 확진자 수도 크게 늘고, 검사 수요도 같이 늘어날 수 있어 정부는 신속항원검사를 적극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동네 병·의원이 검사와 진료 체계에도 동참하면서 더 원활한 의료대응을 목표했다. 정부는 동네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진료까지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정작 검사 체계 전환 첫날인 3일에는 곳곳에서 혼란이 일어났다.
정부가 코로나 19 진료 참여 신청을 받은 동네 병·의원은 1018개소로, 이중 첫날에는 343개소가 진료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또 이와 더불어 전국 431개 호흡기전담클리닉(의원 115개, 병원 150개, 종합병원 166개)에서도 검사·진료 체계를 시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 명단은 총 207개소였다. 첫날 예상한 343개소 중 3분의 1가량이 진료를 보지 못한 것이다.
의료기관의 명단 공개도 첫날 바로 이뤄진 것이 아니고, 3일 오전 11시 50분쯤 181개소, 오후 2시쯤 20여개소가 추가돼 207개소 명단이 올라왔다.
호흡기전담클리닉(391곳)과 호흡기진료의료기관이 따로 구분되어서 게시됐는데, 두 기관의 차이를 구분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재택치료까지 이어지는 것인지도 표기가 안 되어 있어 혼란은 커졌다.
현장 상황은 더 심각했다. 일부 병·의원에서는 검사 키트가 배송되지 않아 환자들을 돌려보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병·의원에서는 환자들에게 진찰비와 검사비를 요구한 곳도 있었다.
정부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를 약 6만6000원 수준으로 정해, 환자에게는 검사비는 무료, 진찰료만 5000원 수준을 받도록 했는데, 이에 대한 지침이 현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혼선을 빚은 것이다.
경남 창원의 한 대형병원에서는 우선검사 대상자가 아니면 신속항원검사는 6만원, PCR검사는 12만원을 받았다. 창원시민 A씨는 “명절 끝나고 혹시나 해서 검사받으러 왔는데 진단키트 검사하는데도 6만원이나 달라 해서 보건소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검사 정확도에 대한 우려도 있다. 먼저 오미크론 진단 체계를 도입한 광주, 전남, 경기 평택과 안성 4개 지역의 41개 선별진료소에서 지난달 26~31일 신속항원검사 8만4000건을 시행한 결과, 687건이 양성으로 확인됐다. 이들을 다시 PCR검사를 실시하자 523건만 양성이 확인됐고, 23.9%인 164건은 음성으로 확인됐다.
위양성도 문제지만 위음성은 더 큰 문제다. 정부는 선별진료소나 지정 의료기관에서 신속항원검사 시 음성으로 판정되면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24시간 적용한다. 그러나 일부 확진자는 감염이 된 상태에서도 음성이 나오는 ‘위음성’이 나올 확률이 있다.
정부는 일부 확진자가 위음성으로 나오더라도 이를 감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로 인한 확산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와 교수는 “양성이어도 4명중 1명은 병도 아닌데 병이라고 하루 동안 떨어야 하고, 음성이라고 집에 갔더니 온 가족들에게 감염을 퍼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PCR검사를 풀링 검사하면 비용이 1만5000원 정도인데, 항원검사 두개 키트가 그 정도 가격이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며 “위음성을 감수하겠다는 것은 일부 맞지만, 검사 결과를 철석같이 믿을 것 아닌가. 차라리 검사 안 하고 조심하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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