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폭증에 역학조사 시스템 붕괴?…공무원들 “역학조사 불가능”

  • 뉴스1
  • 입력 2022년 2월 4일 15시 24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진료체계가 새롭게 전환돼 동네 병·의원에서도 신속항원검사 등 검사·재택치료를 할 수 있게 된 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양지병원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줄 서 있다. 2022.2.3/뉴스1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진료체계가 새롭게 전환돼 동네 병·의원에서도 신속항원검사 등 검사·재택치료를 할 수 있게 된 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양지병원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줄 서 있다. 2022.2.3/뉴스1 © News1
전국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2만명대를 넘어 3만명을 목전에 둔 상황에 보건당국이 “확진자 역학조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재택치료자가 10만명에 육박하면서 지자체 공무원들은 ‘의료품 자택 배달’ 업무 때문에 다른 업무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처했다고 호소한다.

지자체들은 업무에 지친 보건소 공무원 이탈 움직임에 비상이다.

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문승우 전북도의원(군산4)은 전날(3일) “전북도가 지난해 7월 신속한 감염병 대응을 위해 감염병관리과를 신설했으나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와 최근 오미크론이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공무원들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며 “이로 인해 최근에도 3명의 담당 공무원이 병가와 장기휴가에 들어갔다. 감염병 대응 공무원들의 이탈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문 의원은 “코로나 환자관리, 역학조사, 백신접종, 재택치료, 생활치료센터운영, 감염병 전담병원 확충 등 감염병관리과 업무량이 폭증했다. 또 현장 대응을 위해 매일 3명씩 24시간 비상상황 근무체계를 유지해야 하는 등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며 “복지여성보건국 내 타 부서에서 근무 지정을 통해 코로나 업무지원을 하겠다고 했으나 이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13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재택치료관리 상황실에 코로나19 재택환자 건강관리 세트가 비치돼있다. 2022.1.13/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13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재택치료관리 상황실에 코로나19 재택환자 건강관리 세트가 비치돼있다. 2022.1.13/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경기도내 지자체 공무원들은 늘어나는 재택치료자 관리에 일제히 동원돼 본연의 업무는 마비지경이다.

재택치료키트(건강관리세트) 배달이 바로 그 업무인데 해당 세트에는 해열진통제와 종합감기약, 손 소독제, 세척용 소독제, 온라인 문진에 필요한 체온계와 맥박·산소포화도 측정기 등이 담겼다.

재택치료자들이 늘어나면서 보건소마다 문의전화와 항의전화 등이 폭주하는 추세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밤 늦은 시간까지 배달을 위해 재택치료자들의 집을 찾아나서고 있는데, 여성 공무원들의 경우 불안감 등을 호소하는 사례도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재택치료자들은 배달해주는 공무원에게 ‘음식과 음료수를 사와라’면서 심부름을 시키는 등 갑질과 폭언을 하는 경우도 있어 고충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에서는 격리해제 하루 앞두고 격리 통보되는 등 확진자 폭증에 역학조사가 마비됐다.

대전 거주 40대 직장인 송모씨는 지난 3일 황당한 문자메시지를 연달아 받았다. 하나는 아들이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었고, 다른 하나는 격리 기간을 통보하는 문자였다. 격리 기간 종료일은 2월 4일 정오로 표시돼 있었다. 격리 해제를 하루 앞두고 격리 통보를 받은 것이다.

사정을 알아보니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지난달 28일 확진자가 발생해 유치원생들이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검사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대전시의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접촉자 등에 대한 분류가 늦어진데다 연휴가 겹치면서 검사 통보가 지연된 것이다.

송씨는 통보가 늦어진 이유를 따졌더니 “연휴가 껴서 어쩔 수 없었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며 “최근 급격히 확진자가 늘어나다 보니 사실상 관리가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은 하루 확진자가 1000명대를 넘어가면서 역학조사를 일일이 다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현재 정부방침이 전체 확진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하지 않게 돼 있다.

다만 인천의 경우 1순위 중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60세 이상의 고위험군 기저질환자, 감염취약 3종시설(장기요양기관, 정신건강시설, 장애인시설)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한다. 일반 시민확진자의 경우 오는 7일부터 자기기입식 역학조사라고 해서 링크를 보내주고, 본인이 방문 장소를 직접입력을 하도록 하고 있다.

강원지역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하루 확진자가 600명대를 돌파하면서 역대 최다를 연일 경신하는 상황이라 역학조사 시스템이 마비됐다.

지난 3일 151명, 2일 103명 등 확진자가 연일 100명대 이상 속출하는 원주지역은 해외입국자나 유증상 확진자, 자가격리 중 확진자 정도를 제외하고 대부분 감염경로 파악이 늦어지고 있다. 원주시 보건당국 관계자는 “확진자가 속출해 감염경로 확인 등 세부사항 파악이 어려운 점이 있다”고 토로했다.

강원도 역시 확진자 본인이 직접 역학조사를 한 뒤 시·군에 제출하는 이른바 ‘자기기입식’ 역학조사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박동주 강원도 방역대책추진단장은 “기기 조작에 어려움이 있는 확진자는 보건소에서 역학조사를 하고, 확진자 본인이 한 역학조사에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보건소가 다시 확인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검사·진료 체계가 감염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개편되며 밀접접촉자인데도 보건당국의 안내를 받지 못하는 사례도 일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각 지자체 선별진료소에서 혼란이 빚어지는 일이 더러 발생한다.

지난 3일부터 신속항원검사가 도입되며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높은 유전자증폭(PCR) 검사 대상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PCR 검사는 Δ60세 이상 고령층 Δ자가검사키트 또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았을 경우 Δ 밀접접촉자 등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 경우 Δ요양병원 등 취약시설 종사자일 경우에만 받을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심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기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지자체 보건당국이 일일이 확인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전국=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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