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자들의 편의를 봐주고 아들 퇴직금을 통해 수십억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를 받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4일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종료 후 “검찰은 내가 하나은행에 가서 로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는데 가능성만으로 사람을 구속해도 되느냐”며 반발했다.
곽 전 의원은 4일 오후 3시20분 5시간여 영장심사를 마치고 나오며 기자들과 만나 “검찰은 제가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크고 특별한 무언가를 했기 때문에 대가를 줬다고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곽 전 의원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구속 기소)의 부탁을 받고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도록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측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사업상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아들 병채씨를 화천대유에 취업시켜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원(세금 제외 25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곽 전 의원은 김만배씨와 정영학 회계사 간 대화 녹취록에 나온 곽 전 의원이 금품을 요구했다는 정황과 관련해서 “검찰이 녹취록도 얘기를 하던데 녹취록은 증거능력이 없고 (대가를 요구한)그런 일도 없다”고 반박했다.
보도된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2020년 4월 정 회계사와의 대화에서 “병채(곽병채) 아버지(곽상도)가 돈 달라고 그래. 병채 통해서…”라며 곽 전 의원이 화천대유에서 일한 아들 병채 씨를 통해 대가를 달라고 요구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곽 전 의원은 검찰이 이날 심문에서 금품의 대가성을 입증했느냐는 질문에는 “하나은행은 저와 아무 관련이 없다. 제가 가서 누군가한테 로비를 해야 했는데 저는 아직도 그게 누군지 모른다”며 “모르는 간부한테 가서 제가 청탁할 방법이 있으면 얘기 좀 해 달라”고 항변했다.
곽 전 의원은 2016년 4월 제20대 총선 당선 직후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구속기소) 변호사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5000만원을 챙겼다는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재차 부인했다.
곽 전 의원은 “쌍방이 변호사 비용이라고 얘기하는데 (검찰은) 그 시점에 돈을 주고받았으니 정치자금 아니냐고 한다. 이것 외에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대장동 개발 당시 문화재 발굴작업과 관련해 특혜를 줬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그건 청탁했다는 것이 범죄사실에 기재돼 있지 않다”고 부연했다.
곽 전 의원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매우 구체적 증거를 통해 충분히 혐의를 소명했다고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은 알선 대가임을 인정한 공여자의 진술 외에도 피의자의 알선행위와 관련된 전후 정황에 관한 매우 증명력 높은 구체적인 증거를 통해 금융기관 알선 청탁의 대가로서 금품을 교부받은 사실에 대하여 충분한 소명을 했다”고 밝혔다.
또한 곽 전 의원이 증거능력이 없다고 한 녹취록과 관련해선 “녹취록 내용은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고 허위 가능성이 없어 본 재판에서도 증거능력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뇌물과 관련해서도 수사팀은 피의자가 아들의 성과급 형식으로 당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 활동 및 당 부동산특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그 직무와 대가관계 있는 부정한 금품을 수수한 점에 대한 구체적 정황에 관한 증거를 충실히 소명했다”고 덧붙였다.
곽 전 의원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50억 클럽’ 의혹에 거론되는 인물 중 가장 혐의가 뚜렷하다고 평가되는 곽 전 의원이 구속되면 박영수 전 특별검사 등 나머지 인물의 수사도 탄력을 받게 된다. 반면 영장이 또 기각되면 수사가 사실상 좌초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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