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되고 사흘째 날, 아이들 열이 다 내렸는데 그제야 해열제와 체온계가 든 치료 키트가 오더라고요.”
지난달 말 두 아들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재택치료를 받은 변모 씨(43·서울 송파구)는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하루 확진자가 3만 명에 육박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보건소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정부는 하루 확진자가 5만 명이 되더라도 대응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재택치료가 아니라 방치 수준’이라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4일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전국의 재택치료자는 모두 10만4857명. 일주일 만에 2배 이상으로 급증한 수치다. 정부는 재택치료 등으로 입원율이 줄어 의료체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대신 의료진이 재택치료자에게 매일 전화해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모니터링 횟수를 3일부터 60세 이상 고위험군은 하루 3번에서 2번으로, 60세 미만은 2회에서 1회로 줄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설 연휴 무렵 이미 자체적으로 모니터링 횟수를 줄인 곳이 적지 않았다. 그마저도 상담이 아니라 형식적으로 묻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모니터링을 할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변 씨 역시 “하루 한 번 협력병원에서 전화로 가족 상태를 한꺼번에 물어보는 게 전부였다”며 “아이들이 열이 나서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해열제를 주라’는 말밖에 안 했다”고 전했다.
확진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는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 나흘째 어디서도 연락이 없다”는 등 불안과 불만이 섞인 글이 쏟아지고 있다. 김모 씨(36·서울 노원구)는 “3일 확진 판정을 받고 이틀째인데 아직 자가격리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라는 안내도 못 받았다.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보건소에는 수십 번 전화해도 연락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송파구에 사는 박모 씨(70)는 “언제 격리해제가 되는지 물어보려고 수십 번 전화하고 문자도 남겼지만 답이 없었다”며 “협력병원은 행정권한을 가진 보건소에서 2일 격리해제를 통지할 거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4일까지 아무 연락이 안 와서 밖에 나갈 수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에 거주하는 A 씨(43) 역시 “남편 재택치료가 일주일이 넘어 언제 끝나는지 알려달라고 했는데 ‘지금 너무 바쁘다’고만 하더라. 식당 두 곳을 운영 중이라 빨리 가게를 열어야 하는데 범법자가 될까 봐 나가지도 못하고 연락을 기다리고만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부는 현장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재택치료 관리체계를 개편하겠다고 4일 밝혔다. 일단 재택치료자 건강상태 등을 관리하는 협력병원을 현재 494곳에서 더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환자가 너무 많이 나오다 보니 보건소에 여러 행정적 부담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라며 “보건소의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3일부터 자가진단 위주로 진단검사체계가 개편되면서 자가진단키트는 연일 품귀 사태를 빚고 있다.이마트24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열흘간 자가진단키트(휴마시스 코비드19) 판매량은 지난달 같은 기간에 비해 11배 이상으로 늘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품절 대란이 이어지고 있다. 주문을 해도 판매자 측 사정으로 취소되거나 1∼2주 배송이 늦어지는 일이 다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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