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따르릉” 이른 오전 6시 핸드폰 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경찰서 출입기자 시절부터 몸에 밴 무언가 사건사고에 대한 예감으로 거의 반사적으로 핸드폰을 받았다.
핸드폰에서 익숙한 몸소리가 흘러 나왔다. “잘 지내시죠, 역학조사팀장 입니다. 이른 시간이지만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연락드립니다. 1주일 간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합니., 추후 상세한 내용은 오전에 의료팀에서 연락할 예정입니다. 자가격리를 유지하며 보건당국의 지시에 잘 따라 줄 것을 당부드립니다”고 전해왔다.
평소 알고 지내던 보건소 역학조사팀장의 코로나19 확진 통보 안내전화였다.
명절을 맞아 사업체에 종사하는 후배가 지난 1월 25일(화) 오후 ‘커피나 한 잔 하자’고 해 포항시청 인근 커피숍에 들어가기 위해 방역패스하고 자리에 않자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진 것이 전부인 데 27일(목) 오전 이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는 지인과 커피 마신 적이 있는 데 양성 판정을 받았다며 혹시 모르니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고 전해 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행여나 피해를 줄 까 걱정돼 서둘러 지난 27일 오후 이후 만난 선·후배에게 부랴부랴 전화를 돌려 상황을 설명했다.
명절 밑이라 ‘설 잘 쇠라’며 술자리를 가진 선·후배와 이날 오후 들렀던 기관 관계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것을 부탁드렸다.
설을 앞두고 술자리를 함께 했던 후배 기자들과 브리핑실을 공유했던 동료 기자, 점심식사를 했던 공무원에게도 상황을 설명하고 코로나19 검사를 당부했다.
혹시 동선에서 빠진 사람이 없는 지 되짚어보며 한 분 한 분 전화를 드려 양해의 말씀을 드렸다.
이 같이 양성 판정 받은 것을 통보하고 나자 ‘내가 코로나19 확진자 인가’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과연 별다른 증상 없이 치료를 마칠 수 있을 지 걱정이다. 당뇨 기저 질환자로 불규칙한 생활이 일상화돼 있어 치료가 가능할 지, 제대로 마칠 수는 있을 지 의문이 들었다.
‘인명은 재천’이요 ‘병은 몸보다 마음이 우선으로 마음이 무너지면 건강은 한 순간에 허물어지는 것’이라는 선현들의 말을 경계 삼아 마음 굳게 먹고 한번 부딪쳐보자는 심정으로 감염극복에 들어갔다.
1일(28일·금) 차 설을 맞아 예약했던 일정을 모두 취소하자 홀가분한 마음과 함께 ‘이제 뭐하지’하는 공허한 마음이 밀려 들었다. 오후에는 보건소에서 자가격리 물품을 배달해 왔다. 자가격리 물품에는 햇반 15개와 1회용 카레, 짜장 4개, 라면 2봉지 8개, 햄 4개, 고추장 1개가 담겨 있었다. 체온측정계와 산호포화도 측정기 1대도 들어 있었다.
하지만 의약품으로는 타이레놀류 2박스, 16캡슐이 고작이다. 증상이 악화되면 이 약으로 가능할까 걱정이 들었지만 나보다 더 심한 환자도 많아 불가피한 조치로 보고 상황에 따라 대응하기로 마음 먹었다. 다행히 증상이 악화되면 연락하라며 보건소 담당자와 재택치료센터 비상연락망이 함께 들어있어 위안이 됐다.
얼마지나지 않아 재택치료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자가격리 휴태폰 앱과 재택치료센터 앱을 설치하고 매일 오전 오후 나눠 체온과 산소포화도를 측정해 기재하라고 했다. 치료 중 힘들거나 증세가 악화되면 비상연락망으로 연락하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날 오후는 양성 판정 사실을 알리는 전화와 자가격리 준비로 빠르게 지나갔다.
2일(29일·토) 차는 선·후배, 지인들로부터 격려전화와 설 안부전화가 걸려 왔다. ‘설 잘 쇠라’는 당부와 함께 ‘병마를 잘 이겨내라’고 격려해 줬다. 감사한 마음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고향에 있는 형님에게도 전화드려 상황을 설명하고 ‘올 명절에는 갈 수 없게 됐다’고 알렸다. 형님은 ‘알았다’며 ‘몸조리 잘 해라’며 안스러워 했다.
저녁이 되자 인후통이 왔다. 갑자기 목이 아프고 미열이 나는 것 같다. 아 이제 증세가 악화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감이 들었지만 보건소에서 보내 준 약을 꺼내 두 캡슐 복용하고 잠을 청했다. 엎치락뒤치락 하다 보니 온몸에 약한 열이, 땀이 난 것이 느껴졌다. 또 하루가 지났다
3일(30일·일) 차는 다행히 한숨 자고 나니 추가 증상은 없었다. 이 같이 무기력하게 있는 것은 되레 병을 키우겠다는 생각이 들어 운동을 했다. 평소 해 오던 운동을 이 날은 천천히 되새기며 했다. 운동을 하고 나니 몸이 개운해지는 것이 더 이상 증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 동안 못다한 일들을 정리하고 책을 보며 머리는 식히며 망중한을 달랬다.
이제 서서히 격리생활에 적응해 가는 느낌을 받았다. 증세도 약한 인후통 외에는 다른 증세는 없었다. 병이 나아지고 있다는 확증이 들었다. 밤낮이 바뀌고 시간이 언제가 언제인지 헷갈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괜찮았다. 몸이 병에 적응하고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는 것도 처음에는 입맛이 없어 제대로 먹지 못했는 데 음식도 이제는 먹을 만 했다.
4일(31일·월)차는 늦잠 덕분에 하루가 벌써 다 간 느낌이다. 오후에 지인들과 통화와 못 다한 공부를 하다 보니 증세를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다. 특이 증상은 없다. 설날을 앞둔 특집 다큐멘터리를 보며 하루를 마감했다.
5일(1일·화)차는 설날이다. 몸은 목이 건조한 것을 빼곤 특이 증상이 없다. 매일 오전이나 오후에 걸려 오는 재택치료센터 상담사와의 전화도 일상이 됐다. “몸은 어떠세요?”하면 “지극히 정상적입니다”라고 답하면 웃으며 “건강관리 잘 하세요”하며 전화를 끊는다.
올해 ‘설은 이렇게 보내는 구나’하며 마음을 다잡으며 하루를 보냈다.
6일(2일·수) 차는 이제는 자가격리 생활이 지리하다. 몸도 정상을 되찾은 거 같고 먹는 것도 그렇다. 매일 오는 확인전화를 제외하곤 전화도 뜸하다. 이제 나은 뒤 생활을 준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이 불규칙하게 변한 것 외에는 불편사항이 없다.
7일(3일·목)차는 설이 지나고 일상이 시작됐다. 몇 사람이 안부전화를 온 것을 제외하곤 공허한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보건소 상담전화가 오자 격리 뒤 어쩌해야 하는 지 물었다. 증세는 전체적으로 건조한 것을 빼곤 없다. 평온한 반복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8일(4일·금) 차 드디어 자가격리가 해제됐다. 오전에 재택치료센터에서 전화가 와 증세를 물은 뒤 증상이 없다고 하자 설문 조사를 마치면 낮 12시 전에 보건소에서 해제 통보를 해준다고 했다. 11시 30분에 보건소에서 ‘특이 증상이 없느냐’고 물어 ‘없다’고 하자 ‘자가격리가 해제됐다’며 ‘검사없이 일상생활을 재개하면 된다’고 했다.
통상 예방 접종 미접종자는 격리기간이 10일이지만 2, 3차까지 마친 접종자는 격리기간이 7일 이라며 알려줬다. 1주일 간의 격리생활을 마감하고 현장으로 복귀했다.
5일 오전 10시 기준 재택치료자는 10만 4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를 겪기 전에는 무섭고 두려웠지만 겪어보니 독감보다 증상이 휠씬 덜 하다는 느낌이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이대로라면 코로나19는 우리가 극복할 대상이지 두려워할 병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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