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 단가를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신풍제약의 비자금 조성 규모가 기존에 알려진 250억 원보다 100억 원 이상 많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신풍제약 비자금 조성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진 의약품 원료 납품업체 전 직원 A 씨는 2019년 9월 신풍제약 B 전무에게 보낸 편지에서 “2003년부터 2017년까지 신풍제약과 납품업체 사이에서 만들어진 가공거래(비자금) 금액은 객관적 서류를 증거로 한 것만 246억여 원이고, 실제 금액은 100억 원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6일 이 편지 사본을 입수했다.
A 씨가 이 편지를 작성한 시점은 2020년 말 경찰이 신풍제약 비자금 조성 혐의 수사에 착수하기 전이다. A 씨는 이 편지에서 자신이 비자금 조성을 돕다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며 신풍제약과 B 전무가 자신에게 30억 원을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이 납품업체는 2009, 2011년 원료 단가를 허위로 높인 사실이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적발돼 거액의 추징금을 냈지만 거래를 지속하기 위해 신풍제약과는 무관한 것으로 숨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편지에서 이 같은 사실 등을 거론하며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비자금 증거 자료를 검찰과 국세청, 금융당국 등에 제출하겠다고 압박했다. A 씨는 B 전무에게 이 편지를 전달한 후 가족 명의 회사를 통해 신풍제약에 최근까지 연간 수억 원대의 납품 거래를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풍제약은 A 씨가 일하던 납품업체 대표 C 씨를 동원해 원료 단가를 부풀려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이에 해당하는 어음을 회수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비자금 조성 과정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C 씨는 2003∼2017년 본인 명의 또는 차명으로 4개의 법인을 만들어 신풍제약의 비자금 조성을 도왔다고 한다. 관련 실무를 맡았던 직원 A 씨는 이 과정에서 신풍제약의 비자금 조성 증거를 모아 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처음에는 신풍제약에 불리한 진술을 거부하다 지난해 말 경찰 측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비자금 관련 증거를 제출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 자료 등을 토대로 신풍제약의 실제 비자금 조성 규모와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를 불러 조사한 것은 맞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본보는 신풍제약 측에 비자금 조성 의혹 및 A 씨와의 관계 등에 관해 물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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