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결의대회로 확대된 택배파업 한달…“정부 중재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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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2월 7일 12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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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조합원들이 1월20일 서울시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택배대란 방치한 CJ대한통운 규탄 및 향후 계획’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2.1.20/뉴스1 © News1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조합원들이 1월20일 서울시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택배대란 방치한 CJ대한통운 규탄 및 향후 계획’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2.1.20/뉴스1 © News1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가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지 한 달이 넘었지만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나서서 갈등을 중재하며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노총은 오는 11일 오후 CJ대한통운을 규탄하는 대규모 결의대회를 연다.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가 지난해 12월28일 돌입한 전면 총파업이 민주노총 차원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은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에서 “(CJ 측이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설 이후 더욱더 강력한 투쟁으로 나아가겠다”며 “민주노총이 택배노동자의 투쟁을 전체 노동자 투쟁으로 확대해 2월11일 민주노총 주최 전국노동자대회를 CJ 본사 앞에서 여는 것으로 확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통화에서 “어떤 방식으로 노동자대회를 진행할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설 연휴를 앞둔  1월24일 서울의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분류 작업자들이 택배를 옮기고 있다. 2022.1.24/뉴스1 © News1
설 연휴를 앞둔 1월24일 서울의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분류 작업자들이 택배를 옮기고 있다. 2022.1.24/뉴스1 © News1
◇명분없는 파업 vs 회사 과도한 이윤 가져가

CJ대한통운 측은 “노조에 사회적 합의를 모범적으로 이행하고 있으며, 명분 없는 파업을 중단해달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 회사 차원에서 택배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자해왔다는 주장이다.

또한 국토부가 사회적 합의 이행상황 1차 현장점검 결과, CJ대한통운 측이 사회적 합의를 비교적 잘 이행하고 있다고 판단한 점도 회사 측에 긍정적이다.

점검에서 25개 터미널 중 7개는 택배기사가 완전히 분류작업에서 배제됐으며, 나머지 터미널은 분류인력이 있지만 택배기사가 일부 분류작업에 참여하거나 별도 분류비용을 지급받았다.

반면 노조는 CJ대한통운이 사회적 합의로 인상된 택배요금을 회사가 이윤으로 가져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올린 170원 중 택배기사들에게 돌아오는 비용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CJ대한통운이 부속합의서에 당일배송, 주 6일제 조항을 넣어 사회적 합의에 따라 지정된 표준계약서를 무력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국토부의 1차 현정점검 결과도 비판하며 “국토부가 애써 긍정적으로 발표하려 했지만 점검지 25개소 중 72%의 터미널에서 택배기사들이 여전히 분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국토부에 ‘검증’ 요청했지만

이에 노조는 국토부에 Δ사회적 합의 이행을 위한 택배요금 인상분이 어떻게 쓰이는지 확인하고 ΔCJ대한통운이 택배요금 인상분 절반 이상을 자신의 이윤으로 가져가는 행위도 점검해 달라고 국토부에 요청했다.

검증을 통해 CJ대한통운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거나 사실이 아니더라도 요금 인상분의 50%를 택배노동자 수수료에 반영한다면 파업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정부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국토부의 역할은 사회적 합의가 잘 이행되는지 점검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수수료를 어떻게 배분하냐는 노사 간의 문제라 정부가 개입할 수 없는 사적 영역”이라며 “(해당 사안을 놓고) 노조와 사측이 정부의 역할에 합의를 한다 해도 국토부가 중재할 수 있는 사안인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택배노조의 파업이 길어지면서 비노조 택배기사들도 총파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결국 ‘노동자’ 지위 문제…정부가 나서야

갈등의 구조적 이유에는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기사들의 ‘법적 지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들이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원청은 대리점과 위탁계약을 맺고 있는 구조에서 직접 대화에 나선다면 하도급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게 CJ 대한통운 측 입장이다.

지난해 6월 중앙노동위원회는 택배노조와의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은 CJ대한통운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으나, CJ 대한통운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구교훈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과 교수는 “원청과 택배기사들이 법적으로는 단체협약 교섭대상이 될 수 없고, 대리점주가 협상의 대상이 돼야 한다”며 “특수고용 직종의 경우 단체협약 대상이 누가 돼야 하는지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갈등을 풀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 교수는 “현재 노동법이 특수고용직에 완벽하게 맞지 않기 때문에 법을 완비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국토부가 나서서 택배 안전운임제도를 만들거나 사회적으로 납득할만한 합리적인 배분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시장에 현재와 같은 불안정한 구조가 확대되는 것은 자제돼야 하지만 직고용 등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기업에서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접점이 있는 부분은 협상할 수 있도록 중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택배사·대리점·택배기사 모두 참여해 여러 차례 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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