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열린 2022 베이징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전을 두고 김씨뿐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여야 대선후보 등 정치권과 스포츠스타, 연예인 그리고 일반 국민들까지도 모두 한목소리로 ‘편파 판정’을 비판하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한한령과 개막식 한복 논란이 있었던 터라 이번 편파 판정으로 반중정서가 폭발하는 모양새다. 아이러니하게도 분노는 국민들은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국민 통합’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직장인 안모씨(29·남)는 “팀끼리 점심 먹으면서 오랜만에 모두 공감할 만한 공통 화제가 생기니 서로서로 욕하기 바빴다”고 웃어 보였다.
대학생 김모씨(25·남)는 “솔직히 다들 예상한 바라 친구들 모두 놀라워하진 않았다”면서도 “자국민을 위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헝가리 등 대담하게 편파판정하는 모습에 ‘역시는 역시’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고 혀를 내둘렀다.
직장인 조모씨(32·남)는 “스포츠는 시작에 불과하고 앞으로 모든 영역에서 이렇게 행동할 것 같다. 중국이 전 세계 지도국가를 표방하는데 과연 다른 국가들이 이런 행동을 받아들이지 의문”이라며 “지금까지 본 동계올림픽 중 최악이지 않은가 싶다. 앞으로 누가 신뢰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국민들까지도 한 목소리로 분노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반하장’식의 중국 네티즌 반응이 전해지자 온라인에선 반중 감정이 더욱 격화하는 모양새다.
중국 매체인 시나스포츠는 공식 웨이보에 “왜 쇼트트랙 시합에서 선수들은 늘 부딪히나. 그리고 다치는 선수는 왜 하필이면 항상 우리 선수들인가”라고 물었다. 여기에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한국 쇼트트랙은 왜 이렇게 더러운가”, “대한민국 쇼트트랙 선수들이 전멸했다”, “(한국은) 반칙 없이는 경쟁할 수 없느냐”, “베이징 올림픽의 쇼트트랙 경기는 너무 짜릿하다” 등 반응을 보였다.
일부 누리꾼들은 실격당한 황대헌 선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누리꾼들은 “황대헌은 규칙을 어긴 것으로 판명됐다”면서 비디오 판독 기술에 대해서 “그는 중국이 얼마나 과학 기술에서 진전을 이뤄냈는지 잘 모를 것”이라는 글을 적기도 했다.
이에 직장인 김모씨(27·여)는 “중국에 다들 화를 내는 건 매번 잘못해놓고서 사과 없이 뻔뻔하기 때문”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때도 중국은 사과는커녕 투명하게 공개하려고도 하지 않아 전 세계적인 비판을 받지 않았냐”고 꼬집었다.
직장인 조모씨(34·여)는 “어제 경기를 보고서 인터넷 반응을 살피다가 오히려 당당한 중국 네티즌 반응을 소개한 기사를 봤다”며 “이를 지인들과 돌려봤는데 화가 나 잠을 못 잤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격화되는 국민들의 분노가 혐오적 반중 정서가 아니라 객관적인 비판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실 이전에도 사드 배치로 관광객 입국을 차단하고 수출과 수입 금지하면서 이미 공정하지 않다는 인상을 줬다”며 “그런 반감이 쌓인 상태에서 이 같이 불공정하고 교묘한 판정을 내리니까 온 국민이 분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막연한 반중 정서로까지 비약시킬 건 아니지만 불공정한 판정이나 중국 관영언론과 일부 극단적 네티즌들의 민족주의적이고 자극적인 언사 등에는 적절한 절차를 통해 문제제기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 전통이 오랫동안 이어져 온 나라”라며 “문화적인 부분이나 다른 것으로는 과시할 수 없으니 국가 엘리트 체육을 통해 강대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윤 교수는 “쇼트트랙은 우리나라가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집중하는 종목인데 그런 종목에서 이런 논란이 벌어지니 국민들이 더욱 화가 나는 것”이라며 “우리 국민들 자긍심도 지켜주면서 올림픽 정신에 입각한 객관적인 대응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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