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쿠아맨’은 심해(深海) 아틀란티스의 왕이 지상 침공 계획을 세우자 아쿠아맨이 인류를 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환상적인 바닷속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도 하지만 악당조차 나름의 명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틀란티스 왕의 분노는 물고기를 남획하고, 쓰레기로 바다를 오염시키면서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을 향하고 있었기에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판타지 영화라고 가볍게 여기기에는 메시지가 꽤 묵직하다.
세계가 바다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더 많은 수산물과 해저 광물에 대한 소유권과 더 넓은 해양 영토를 확보하고 해상운송 네트워크를 선점하기 위해 자본과 기술, 인력을 총동원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인류가 오염시킨 바다를 정화하고 바다 생태계를 보전하는 일에는 소홀했다. 태풍 등 잦은 자연재해와 고갈되는 어업 자원은 바다가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일지도 모른다.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바다의 시간’이라는 책에서 인류 역사에서 바다가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는지 되짚으면서 앞으로도 인류의 생존과 번영은 바다에 달려 있다고 역설한다. 수많은 역사적 교훈 역시 바다를 제대로 활용한 자가 역사의 승리자가 됐음을 보여준다. 미래 인류의 번영은 ‘누가 바다를 정복했는가?’가 아닌 ‘누가 바다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가?’로 결정될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역량과 품격을 갖춘 해양선도국가 실현’이라는 비전 아래 21세기 바다의 수호자가 되기 위해 해양수산 전 분야에서 친환경 체제로의 전환, 지속 가능한 해양자원의 이용, 해양환경의 보호, 엄격한 해양폐기물 관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바다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 간 협력에도 앞장서고 있다.
우선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노후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하고, 저탄소·무탄소 선박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할 계획이다. 또한 항만, 양식장, 유통 가공 시설에 에너지 효율화 장비를 보급해 탄소 배출 감축에 주력할 방침이다.
해양환경을 위한 정책은 한층 더 강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제로화, 친환경 어구(漁具) 보급, 새로운 온실가스 흡수원으로 각광받는 갯벌 복원 등을 통해 바다 생태계를 되살리는 한편 어족 자원은 더 늘려나갈 것이다.
또한 선박 연료 관련 친환경 기술, 항만 자동화를 위한 정보기술(IT)을 국제 표준화해 다른 국가들도 해양수산 분야의 친환경 전환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힘을 실을 계획이다. 나아가 국제 해양폐기물 콘퍼런스 개최, 블루카본 공동 연구, 불법 어업 근절을 위한 역량 강화 등 바다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노력에도 앞장설 것이다.
아틀란티스 왕으로부터 지구를 구한 아쿠아맨의 능력은 바다의 생물을 이해하고 이들과 교감하는 데서 비롯됐다. 영화에서 본 눈부신 바다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아름답고 풍요로운 바다를 만들어 가는 길에 모두 힘을 합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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