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열제로 홀로 버티기 6일…보건소 첫 통화 “출근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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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2월 10일 06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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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목이 약간 아프고 미열도 있었죠. 그러다가 목이 점점 아파서 이틀째엔 침도 삼킬 수가 없을 정도로 심하게 아팠어요. 피로회복제와 해열·인후통 약을 복용하며 안정을 취하다 보니 닷새째부터는 많이 나아졌는데, 가족간 전화와 카톡도 큰 힘이 됐던 것 같아요”

“그런데, 다른지역에서 확진 판정을 받고 주소지 보건소로 확진자 관리에 대한 이관이 늦어져 완치되도록 약은 물론이고, 물품 지원 등을 전혀 지원받지 못했어요. 행정체계가 그래서야 국민 생명을 공무원에게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대전 서구에 사는 A씨(34·여). 그는 설 명절 연휴 다음날인 지난 3일 충남 천안에서 PCR검사 후 다음날(4일) 오전 9시를 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설령, 내가 코로나19에 걸렸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휴대폰 문자를 기다리고 있었죠, 아뿔싸 잠시 후 양성 판정 문자를 받아보고는 깜놀했죠”

그는 경기도에서 직장을 다니는 남동생 B씨(28)가 전날(3일) 확진 판정을 받자 찜찜한 마음에 천안에서 남자 친구 C씨를 만나 PCR검사를 했고, 다음날 확진 통보를 받았다.

가족간 나눈 카톡내용.   © 뉴스1
가족간 나눈 카톡내용. © 뉴스1
A씨는 4일부터 자가(自家)에 머물며 보건소에서 연락오기만을 기다리던 중 오후에 PCR검사를 받은 천안의 보건소로부터 대전 서구보건소로 명단을 이관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나흘이 지나도록 서구보건소에서는 전화 한통없었다.

A씨는 확진 통보를 받은 첫날(4일) 목이 간지럽고 기침이 나면서 감기·몸살증세를 보여 집에 있던 해열제를 먹으며 안정을 취했다. 열은 심하지 않았지만 목이 아프고 기침이 심한 것을 감안하면 요즘 대유행을 보이고 있는 오미크론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틀째인 5일, 미열과 함께 기침은 심해져 목소리는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변성이 됐고, 점차 몸에 힘이 빠지면서 가슴은 답답했다. 그는 하지만 누워 있으면서 어떻게 든 코로나를 이겨내겠다는 생각에 도시락 등으로 매끼를 떼우며 꼬박꼬박 약을 복용했다.

“밥맛은 당연히 없었죠. 약을 먹어야 코로나를 이겨낼 것 같아서 입맛은 없었지만, 어떻게 든 밥은 먹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닷새를 보냈지만 끝내 관할 보건소에선 연락이 없었고, 그 사이 약은 떨어져 가족이 구입해 준 해열제와 인후통 약을 먹으며 버텼다. A씨는 “휴대폰으로 코로나19와 관련된 정보를 찾아 보면서 참고를 많이 했죠”라며 “혼자 있다 보니 힘들고 두렵기도 했지만, 가족들로부터 걸려오는 위로 전화와 카톡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닷새째 되던 날 8일 오후부터는 몸이 좋아졌고, 엿새째인 9일에는 컨디션이 돌아오면서 몸 상태가 평소의 90% 가량을 되찾은 느낌이 들었다.

A씨는 하루 후면 몸이 정상을 되찾을 것이란 기대감에 힘이 절로 나서 집안 청소를 하며 몸 상태를 점검했다고 했다.

그는 몸은 완치에 가까울 정도로 나아졌지만, 이날까지 보건소에서 전달해주는 약 등 지원 물품이나 전화는 단 한차례 받지 못했다.

자가 치료가 언제 끝나는 것인지 제대로 알 수 없어 30여분 전화를 돌린 끝에 9일 오후 서구보건소 직원과 겨우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직원은 ‘확진자의 경우, 관리기준이 9일부터 검체 채취일로부터 7일로 변경됨에 따라 10일 직장에 출근할 수 있다’고 답했다.

PCR검사를 받지 않아도 완치된 것으로 간주돼 직장에 출근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9일 오후 늦게서야 서구보건소 관계자로부터 ‘자가격리자 안전보호앱’ 설치를 권유받았다.

자가치료 해제를 불과 몇시간 앞두고 관할 보건소로부터 확진자 치료와 관련, 전화를 받은 것이다.

그는 “확진자가 많고 다른 지역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확진 엿새째가 되서야 관할 보건소로부터 전화를 받은 것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며 “이를 보면 확진자에 대한 관리가 얼마나 소홀한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A씨는 완치를 앞두고 고민이 생겼다.

“기간 경과에 따라 10일부터 완치자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기는 하지만, 주위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찜찜한 마음”이라며 “자신으로부터 감염된 주위 사람들에게도 송구스럽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방역당국 한 관계자는 “오미크론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는 요즈음 완치 후 직장에 복귀하는 확진자에게 ‘마음 고생했다’며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는 배려가 우리사회에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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