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병원 ‘메디 스토리’]
‘ICT 기반 비대면 진료’ 사업, 2022년도 1호 환자로 기록
입국前 의학적 궁금증 해소하고 국내 치료 연결해 해외환자 유치
카자흐스탄 출신인 주부 다웃칼리예바 사울레 씨(65)는 지난해 알마티 한 병원에서의 건강검진에서 ‘갑상샘종’ 진단을 받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태어나 처음으로 큰 병에 걸렸다는 사실에 겁도 나고 마음이 무거워지면서 선진 의료진과 시스템을 갖춘 의료 선진국에서 진료를 받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다 인터넷에서 ‘인천 의료관광’ 광고를 접하고 한국 의사에게 의학적 소견을 듣고 싶었다. 며칠 뒤 그는 인하대병원 이진욱 교수(외과)와 화상을 통해 진료를 받았다. 입국 전 비대면으로 의료진과 충분한 의학적 교감을 쌓아 환자가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교수는 병력과 초음파 사진 등을 토대로 종양 제거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전달했다.
사울레 씨는 이 교수가 집도할 로봇 수술에 관한 우수성 등 장점을 듣고 인천행을 결심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23일 입국해 격리 기간을 마치고 수술과 회복 기간을 거쳐 1월 13일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갑상샘종은 갑상샘 일부나 전체가 부어 커지는 질병이다. 크기가 작을 경우 별다른 치료가 필요 없다. 하지만 결절의 크기가 점점 커지면 기도나 식도를 압박해 숨쉬기가 곤란해지고 ‘삼킴 장애’가 생겨 수술로 갑상샘을 제거해야 한다. 보통 4cm 이상으로 커지면 수술적 제거 대상이 된다.
사울레 씨의 좌측 갑상샘 결절 크기는 이미 9cm까지 커진 상태였다. 결절이 기도를 압박해 간헐적인 호흡 곤란이 일어났고 세포 검사로는 진단이 어려운 암이 숨어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결국 그는 이 교수와의 면담을 통해 로봇 BABA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양쪽 겨드랑이와 유륜에 8mm 정도 크기의 작은 절개 창을 내고 로봇팔을 이용해 갑상샘을 제거하는 수술이다. 목 앞쪽에 긴 흉터가 남는 절개술을 택한 환자들이 수술 후 흉터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는데 사울레 씨의 결절 크기가 유독 커 이를 고려했다.
로봇 BABA 수술은 떼어낸 결절을 겨드랑이 안쪽 3cm 이내만 절개해 꺼낼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 수술 흉터가 남지 않아 미용적 효과가 우수하다. 특히 성대를 움직이는 신경인 ‘되돌이 후두신경’을 보존하는 데 용이하다. 로봇을 이용해 시야를 넓게 확보한 뒤 정밀한 도구로 목 깊은 곳까지 들어가 신경을 찾을 수 있다. 결절의 크기가 크면 되돌이 후두신경의 위치가 정상과 달라져 있는데 절개수술로는 후두신경을 찾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사울레 씨는 “태어나 처음 받는 대형 수술이어서 걱정이 컸는데 의료진의 세심한 보살핌에 편안한 마음으로 수술을 받았다. 중풍을 앓고 있는 남편의 임종이 다가왔다는 소식에 급히 출국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회복이 빠른 로봇 수술이 큰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교수는 “사울레 씨는 후두신경 마비 같은 특이 사항 없이 잘 회복했고 갑상샘 호르몬 수치도 정상이어서 호르몬제 처방도 하지 않았다”며 “로봇 수술을 통해 여성 환자에게 민감한 미용 문제를 해결하고 빠르게 회복해 일상으로 돌아간 사례”라고 설명했다.
사울레 씨는 인천관광공사가 시행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비대면 진료’ 사업의 2022년도 1호 환자다. 이 사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의료관광 유치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ICT 기반의 원격 시스템으로 해외 환자와 인천지역 의료진을 연결하는 사업이다. 입국 전 비대면 진료를 통해 의학적 궁금증을 해소하고 만족감을 느껴 입국 치료로 이어지는 등 해외 환자 유치의 새로운 모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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