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상황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한다는 이유로는 밀접좁촉자로 분류되지 않아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을 수 없다.
특히 신속항원검사가 PCR검사에 비해 정확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어 오히려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더 커진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는 직원들의 재택근무, 휴가 등을 활용해 사업장 특성에 맞는 예방체계를 마련할 것을 권하고 있다.
◇마스크 안쓰고·2m 내에서·15분 이상 접촉해야 ‘밀접접촉자’ 인정
정부는 전파력이 높고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주로 유행하면서 확진자 및 밀접접촉자 방역지침을 변경하는 중이다. 확진자와 동거하는 가족이나 요양원 등의 대규모 집단시설 거주자를 제외한다면 Δ마스크를 쓰지 않고 Δ2미터(m) 이내에서 Δ15분 이상 접촉을 해야 밀접접촉자로 분류된다.
실제로 10일 서울 종로구의 직장인 A씨는 옆자리 동료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선별진료소에 들러 검사를 받았다. A씨는 확진자와 거리가 가까워 PCR검사를 받기를 희망했으나 선별진료소에는 정부 방역 지침상 안 된다며 거절했다.
하지만 PCR이 아닌 신속항원검사의 경우 검사 결과가 PCR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PCR 검사가 줄어들면서 숨어있는 확진자도 늘어날 수 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와 교수는 “정부가 정한 밀접접촉자 정의에 맞지 않을 경우 아마 PCR 검사는 받기 힘들 것”이라며 “놓치는 감염자들도 있겠지만 감안하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밀접접촉자 사실상 없어져…확산자 억제 아닌 ‘피해’ 줄이는 전략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특성상 같은 공간에 있었다면 밀접접촉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도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특히 접종완료자의 경우에는 밀접접촉자로 분류되더라도 자가격리 없는 수동감시 대상이 된다.
하지만 고위험군과 정부가 정한 밀접접촉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PCR 검사를 받을 수 없다보니 사실상 밀접접촉자를 구분하는 의미가 없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백순영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는 “증상이 없다면 자발적으로 검사를 하거나 격리하는 방법밖에 없다”면서도 “자발적으로 방역조치를 안할 경우 사실상 규제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 교실 교수는 “PCR 검사를 하면 좋겠지만 지금 방역 전략 자체가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는 피해를 줄이는 전략으로 넘어가는 중”이라며 “그런 위험 부담까지도 감수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속항원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와도 실제로 음성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신속항원검사가 PCR에 비해 민감도가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복해서 검사할 경우 이를 보완할 수 있다.
백 교수는 “검사 결과가 불안하다면 2~3일 간격으로 신속항원검사를 두번 정도 하면 감염 안 됐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방접종을 받았다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정부도 3차 접종까지 받았다면 밀좁접촉자라도 격리도 권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3차접종을 받고 감염됐다면 자연면역까지 더해져 ‘완벽한 하이브리드 면역’까지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사업장별 상황에 맞게 예방체계 마련 권고
정부는 지난 4일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사회적거리두기 지침’을 발표하면서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전담 조직 또는 전담자(방역관리자)를 지정해 사업장 특성에 맞는 예방체계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또 유연근무 및 휴가 활용해 ‘사회적 거리두기’나 ‘시차출퇴근제’를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발열(37.5도 이상) 또는 호흡기 증상이 있는 노동자는 재택근무, 병가·연차휴가·휴업 등을 활용하여 출근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특히 임산부 등 감염에 취약한 노동자들은 재택근무나 휴가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재택근무가 어려운 밀폐·밀집 사업장의 경우에는 소독, 근무자 간 거리두기 또는 칸막이 설치 등 방역수칙을 준수할 것을 당부했다.
정부의 이러한 권고안이 다소 느슨하다는 인식에 자체적으로 방역을 강화하는 기업들도 있다. 대면 회의와 대면 교육을 전면 금지하고 임직원들의 출퇴근이 특정 시간에 몰리지 않도록 부서별로 시차를 두는 등이다. 직원들에게 신속항원진단키트를 배포하고 재택근무를 유도하는 기업도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오미크론 유행 전부터 회의 및 교육은 금지했으며 사적모임 자제는 물론 30% 수준에서 부서 자율적으로 재택근무도 시행 중이다. 현대자동차는 필수 인원 외 재택근무가 원칙으로 직원 절반 이상이 재택근무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직원들에게 1인당 4개씩 자가진단키트를 배포했으며 필수 근무자가 아니면 재택근무가 원칙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12월부터 50% 비율로 재택근무를 실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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