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전문가가 현재 우리나라 방역 정책을 두고 “당장 접종률을 올리기 위해, 당장의 유행을 차단하기 위해서 등 단기적 요소에 맞춰 정책을 수립하다보니 정책 사이에 엇박자가 생기고 국민의 신뢰를 잃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책에 대한 비판을 받더라도 상황에 따라 정책 사이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이번주 여러 정책의 변화는 나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다. 반드시 상세하고 미래를 보여주는 설명이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무의미한 QR코드 사용 △민감도 떨어지는 신속항원검사로 방역패스 적용 △학교에서의 접촉자 조사 등을 언급하며 “이미 확산을 용인하는 정책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방역패스 확대는 필요한 일이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정책만 남기는 정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확진자를 일일이 추적하는 등의 방식에서 벗어나 고위험군 환자 중심의 관리 방식으로 전환했다.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확진자 격리 기간을 7일로 조정한 것이다. 역학조사도 자기기입 방식으로 변경됐다. 확진자 또는 격리자를 GPS기능이 포함된 앱을 통해 지자체 공무원들이 관리하던 것도 자율적 방식의 격리로 전환됐다.
방역망이 헐거워지자 현 방역정책에 대한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역학조사와 확진자 관리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방역패스 등이 필요하냐는 것이다. 특히 식당이나 카페 등을 혼자가 아니라면 이용하지 못하는 미접종자의 경우 방역패스에 대한 불만이 거세다.
정 교수는 최대 일일 확진자가 20만 명 이상의 유행 정점에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3월 한달은 유행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2달간 주변에 있는 수많은 지인이 감염될 수 있다”며 “예전의 코로나19만큼 위험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독감으로 치부할만큼 가벼운 병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주변 사람들이 빠르게 감염을 확인할 수 있고, 고위험군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자신의 증상과 감염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최소한 유행 정점이 지나고 의료체계와 사회가 감당 가능한 질병임을 확인할 때까지는 예전만큼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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