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연이어 방역 조치의 조기 완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크게 유행하면서 신규 확진자가 매주 2배 수준으로 불어나는 국면이지만 치명률이 낮아 방역을 완화해도 의료체계가 버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방역지표가 악화하는 시점에 조급증을 내다가는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방역 완화의 근거는 최근 중환자 치료 여력이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점이다. 11일 0시 기준 국내 입원 중인 코로나19 중환자는 271명이다. ‘델타 변이’가 유행하던 지난해 12월 11일엔 중환자가 856명이었는데 두 달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중환자 병상 가동률도 80.8%에서 19.1%로 낮아졌다. 정부는 사적 모임을 6명까지만 허용하고 식당 카페의 영업시간을 오후 9시로 제한하는 거리 두기 조치를 20일까지 연장하면서 △중환자 700명 이하 △중환자 병상 가동률 50% 이하를 방역 완화 조건으로 밝힌 바 있다. 모든 방역완화 조건이 현 상황에 들어맞는다.
정부가 실제 거리 두기를 조기에 완화한다면 영업시간 확대와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축소 등 자영업자의 피해를 줄이는 방안부터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조정함으로써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3월 1일부터 시행하려던 청소년(12~18세) 방역패스의 범위가 조절될 가능성도 있다. 국내외 코로나19 대응을 연구하는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식당 카페의 영업시간을 늘리고, 실외에 한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완화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했다.
반면 섣부른 판단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과 프랑스 등 우리보다 먼저 오미크론 유행이 시작된 해외에선 신규 확진자 규모가 정점에 이른 뒤 약 한 달 후부터 사망자가 급증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델타 유행 때보다 사망자가 더 많이 나온다. 우리나라도 하루 확진자가 5만 명 수준인 지금은 국내 중환자와 사망자가 예전보다 적지만, 유행 규모가 커지면 사망자도 급증할 우려가 있다.
특히 확산세가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방역을 완화하는 것은 정부가 그간 내세운 원칙을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김 총리는 8일만 해도 “(확진 규모가) 어느 정도 정점을 보여야만 다음 그림을 그릴 텐데, 지금은 확산 일로에 있다”며 방역 완화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바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은 모든 지표가 최악이다. 지금 방역을 푸는 건 ‘용기 있는 결단’이 아니라 ‘무모한 결단’”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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