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서민경제는 크게 어려워지고 빚에 허덕이고 있지만 1년 동안 크게 오른 대출 금리로 인해서 금융그룹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 지주가 지난해 벌어들인 순이익은 무려 14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전년 대비 34%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지난 2019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역대 최고치의 실적을 견인한 동력은 바로 이자 수익이다. 4대 금융그룹이 지난해 거둔 이자 수익은 무려 34조7000억 원이다.
이는 대출금리가 크게 올랐기 때문인데 단순히 기준금리 탓만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예로 들면 지난 2019년 8월 코픽스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모두 지금보다 높았지만 당시 실제 대출금리는 지금보다 최대 1%p까지 낮았다.
지난해 말부터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를 이유로 가산금리는 올리고 우대금리는 낮춘 탓이다.
반면, 예·적금 금리 인상은 기준금리 인상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달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려 예·적금 등 수신상품 금리를 최대 0.3%p~0.5%p 선에서 인상한다고 밝혔지만 최대 인상폭이 적용된 상품은 극소수였다. 대부분은 0.2%p~0.25%p 인상하는데 그쳤다.
이 때문에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인 예대금리차는 2년 4개월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은행권 잔액 기준 총대출금리와 총수신금리 차이는 2.21%p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은행이 과도한 이자 장사로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리인하요구권 고지나 적용처럼 이자 부담을 낮춰주는 데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그 예다. 금융당국이 은행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예대금리차의 합리적 조정을 요구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정부의 규제가 과도한 예대금리차라는 왜곡을 만들어냈다는 얘기다. 은행 관계자는 “낮은 금리의 대출을 팔았다가 해당 상품에 몰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출을 이용한 소비자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예·적금 금리가 오르지 않는 것은 물론 금융권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는 탓이다. 4대 은행들 대부분이 통상임금 또는 기본급의 300% 안팎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임직원에 지급하기로 노사 간 합의를 마쳤기 때문이다.
은행권 한 직원은 “내부에서도 외부 시선을 의식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일종의 표정관리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올해도 소비자들의 이자 부담은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요인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어려울 때는 공적 자금을 투입해 살리고 상황이 변하니 자세가 달라졌다는 비판을 이번에도 피해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과거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자는 큰 그림은 잊고 내수, 소매라는 손쉬운 부문에만 매달리다 보니 여전히 제자리라는 비판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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