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시와 SH공사 등에 따르면 SH공사는 지난달 서울시 업무보고에서 골드 빌리지 추진 계획을 밝혔다.
골드 빌리지는 돌봄이 필요한 노인층을 위해 주택과 함께 의료·여가시설까지 복합 개발하는 공공 실버타운 개념이다. 건강 관리와 문화·스포츠 등 여가 생활, 커뮤니티 활동, 공동 돌봄이 한 곳에서 가능하다.
골드 빌리지에는 ‘실버’ 대신 인생의 황금기란 뜻에서 ‘골드’를 붙였다. SH공사는 5대 권역별로 역세권 등의 입지를 선정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노인 주거는 청년과 신혼부부 주거 문제보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게 다뤄져 왔다. 그러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노후 불안이 저출산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노인 주거를 새로운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은 3년 뒤인 2025년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현재 취약계층 노인을 대상으로 주택 지원 사업을 하고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기초수급자에게 공급하는 노인주택에는 62명이 거주하고 있고, 매입임대 개념인 노인지원주택은 91호를 공급했다.
골드 빌리지를 조성할 경우 서울시 노인 주거 지원 정책이 한층 보완될 전망이다. 기존 지원 사업보다 공급 규모가 크고 입주 요건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골드 빌리지 공급은 민간이 주도하던 노인 주거를 공공 영역으로 가지고 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삼성노블카운티, 더클래식500 등 민간에서 운영하는 최고급 실버타운의 경우 비용 탓에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다. 그 밖의 노인 시설도 대부분 민간에서 주도하고, 비용이 저렴할 경우엔 환경이 열악하다.
SH 관계자는 “기존에 지원하는 주택과 차이점은 좋은 위치에 의료와 여가까지 고려한 복합시설이라는 것”이라며 “민간 시설에 대한 대체 형식으로 공공이 판을 넓혀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노인들만 따로 주택을 지어 세대를 분리하기보다는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함께 어울려 사는 ‘소셜 믹스’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어르신 주택이 외딴섬처럼 존재하는 게 아니라 지역주민과 다른 세대와 같이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서울시의 방향은 좋지만 주거복지 스펙트럼을 다양화해 계층별로 주택욕구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급여화할 것은 급여화하고, 노인을 위한 공공주택 및 민간주택 리모델링, 주택연금 전환 등을 포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고령화는 인생의 연속 선상에 있는데 노인만 분리하면 세대 간 단절 문제를 낳는다”며 “노인 주거복지를 강화하는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배리어프리 등 함께 살 수 있는 세대 간 통합 주거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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