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달성군 사저에 지지자-시민 몰려…“박근혜 창당” 현수막 내걸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3일 20시 02분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공기도 좋고 조용한 곳이라 마음이 한결 놓이네요.”

13일 낮 12시경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의 한 단독주택 앞에서 만난 이모 씨(65)는 자신을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라고 소개하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대구 도심에서 차로 40분 거리인 이곳은 평소 외지인들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한산한 곳이다. 하지만 최근 신년 특별사면 후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인 박 전 대통령이 퇴원 후 사저로 쓰기 위해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말 내내 지지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구 달성은 박 전 대통령이 1998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후 내리 4선을 한 정치적 고향이다.

이날 오전에도 쌍계리에는 박 전 대통령 지지자 100명 이상이 모였다. 주택 외부에는 2~4m 높이의 담벼락이 감싸고 있어 내부가 들여다보이지 않게 설계돼 있었다. 철제 펜스와 폐쇄회로(CC)TV 등 보안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다. 지지자들은 대문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섰고 일부는 집 내부를 보기 위해 가드레일을 밟고 올라섰다. 보수성향 유튜버들은 현장 분위기를 직접 생중계하기도 했다.

마을에는 ‘우리 고향에 오심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창당해’ 등 환영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다. 지지자 박모 씨(63·여)는 “더 이상 힘들어하지 마시고 이곳에서 편히 쉬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22일 전후 퇴원한 뒤 이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동으로 쓰일 가능성이 거론되는 앞집 역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고, 건장한 남성들이 주변 인파를 살피다가 집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경찰과 달성군 관계자들은 불법주차를 단속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한 주민은 “박 전 대통령이 오기도 전부터 이렇게 사람들이 몰리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며 “군청과 경찰이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이 주택은 대구의 한 자동차부품회사 대표인 A 씨가 지은 것으로 1676㎡ 부지에 지상 2층 지하 1층이며 연면적 712㎡ 규모에 방이 8개다. 일각에선 A 씨가 박 전 대통령을 위해 집을 지었다는 얘기도 있지만 한 주민은 “부인이 요양하기 위해 집을 지었다가 거주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집을 내놓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업자도 “오히려 A 씨가 집을 내놓은 뒤에 잘 팔리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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