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서는 아나목스(Anammox) 박테리아를 활용한 새로운 하수처리 공법을 연구하고 사업화하는 데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지만 우리나라는 움직임이 적습니다. 부산 기업이 선제적으로 나서 이런 친환경 하수처리 공정을 개발해 도입하면 지역사회에도 도움이 되고 회사 성장도 꾀할 수 있을 겁니다.”
11일 안종일 부산환경공단 이사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임기 내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사업’을 묻자 “‘환경기술의 혁신’도 공단의 주요 임무 중 하나”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여건이 열악한 지역 중소기업이 신기술을 연구해 적극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시험무대(Test Bed)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또 환경공단의 핵심 업무인 하수·쓰레기 처리에 대한 시스템 개선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안 이사장은 “대규모 처리시설 서너 개로 지역 내 하수를 모두 처리하는 서울과는 다르게 곳곳에 흩어진 부산의 하수처리장은 13곳에 달한다”며 “산복도로와 산지가 많은 지역 특성상 하수관이 다른 도시에 비해 길어 처리 비용이 더 드는데, 신기술을 적용해 개선할 수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는 공단 집무실에서 50분 동안 이뤄졌다. 미리 보낸 예상 질문 항목에 포함되지 않았던 구체적인 업무 내용과 관련한 질문에도 안 이사장은 자세히 대답했다. 지난달 12일 취임해 임기 한 달을 맞은 그는 임명 전 환경에 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라는 시민사회의 지적을 받았다. 27년간 부산시에 재직하며 교통국장과 기획행정관, 건강체육국장 등 다양한 부서를 두루 거쳤으나 유독 환경 관련 부서는 맡지 않았던 까닭이다.
이와 관련해 안 이사장은 “기업 유치나 건강 정책을 추진하는 업무를 보면서 시민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이라고 절감했다”면서 “환경 업무를 맡고 싶었으나 아쉽게 기회가 닿지 않았는데, 임기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현장에 적용해 부산의 변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부산환경공단은 하수처리장과 소각장, 분뇨장, 쓰레기 매립장 등 지역 내 환경기초시설을 운영하는 부산시 산하 공기업으로 2001년 설립됐다. 도로 재비산먼지 저감 사업이나 노후 슬레이트 철거 및 개량 사업 등도 시에서 위탁받아 운영한다. 음식 쓰레기와 더러운 물 등을 처리하는 것을 핵심 업무로 하다 보니 시민 상당수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곳’으로 공단을 인식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미지 개선을 위해 기본부터 충실히 다져야 한다는 것이 안 이사장이 세운 신념이다.
그는 “로봇이나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지하시설 같은 위험한 곳에서 작업자가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면서 “탄소중립과 RE100(기업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하자는 캠페인) 등 환경 정책을 시민에게 교육하고, 각종 정보를 정확하게 공개해 신뢰를 쌓아 공단을 찾고 싶은 곳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2002년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을 시작으로 ‘부당거래’ ‘베테랑’ ‘전우치’ 등 20편이 넘는 국내 인기 영화와 드라마가 공단 하수처리장이나 소각장 등을 배경으로 촬영됐다. 안 이사장은 “여태껏 공단 내 시설은 엄격하게 통제됐으나 환경기초시설의 이해를 돕고 한류 관광객이 찾는 부산의 명소가 될 수 있게 일정 구간을 여는 투어 프로그램 운영을 검토할 것”이라고 아이디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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