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응급실내 ‘격리 구역’ 설치, 서울 67곳 중 16곳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5일 11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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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압격리 병상 부족 막기 위한
코로나19 검사 대기 시설 부족
일부 응급실 음압병상 포화 조짐
“확진자 폭증땐 응급 대란” 지적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응급실 내 음압격리 병상이 포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음압격리 병상 여유를 확보하기 위해 응급실 내 ‘코호트 격리 구역’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15일 현재 서울 지역 응급실 67곳 가운데 이런 시설을 갖춘 건 16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오후 2시경 서울 A병원 응급실은 음압격리 병상 10개 중 9개가 ‘사용 중’이었다. 응급환자가 발열이나 기침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이면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음압격리 병상에서 6¤8시간 대기해야 하는데, 최근 그런 환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음압격리 병상 부족으로 인해 심근경색이나 뇌출혈 등 위중한 응급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응급 대란’이 벌어졌는데, 이런 사태가 반복될 조짐이 나타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응급 대란을 막기 위해 이달 초 전국 응급실에 코호트 격리 구역을 확보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대다수의 병원이 응급실 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고, 격벽 설치 등 시설 공사도 필요해 이른 시일 내에 확보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정부가 응급실 대책을 서두르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대한응급의학회 등 의료계는 지난해 초부터 코호트 격리 구역의 필요성을 피력해왔다. 그런데 지난해 말 응급실 내 음압격리 병상 부족 사태를 겪고도 정부가 보완책을 미뤄왔다는 얘기다.

자택에 격리된 코로나19 재택치료 환자나 동거가족이 늘어날 경우 응급실 포화 현상이 가속화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특히 60세 미만 확진자는 하루 2회 건강 모니터링을 받지 못하고 ‘셀프 재택치료’를 하는데, 보건소나 상담센터 전화 연결이 안 되면 결국 119로 전화가 몰릴 거란 전망이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오미크론 유행으로 인해 코로나19 자체의 피해보다는 재택치료자 및 공동격리자의 비(非)코로나 질환으로 인한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응급 대란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형구 한양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앞으로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만 명 수준으로 늘어나면 음압격리 병상을 찾지 못한 심근경색 등 응급환자의 사망이 코로나19 자체로 인한 사망보다 많아질 수 있다”며 “발열 환자를 무조건 음압격리 병상에 배정하는 ‘선(先)검사 후(後)치료’ 원칙을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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