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 대상자인 40대 여성이 14일 구속영장 재신청 과정에서 전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경찰의 적극적 피의자 신병 확보 노력이 검찰, 법원 문턱에서 좌절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말 경찰이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를 전수 조사한 결과 피의자 구속영장 발부 비율은 13%, 피의자 유치 결정 비율도 25%에 그쳤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잇따른 스토킹 살인사건으로 서울경찰청이 3주간 ‘사회적 약자 대상 사건 전수점검’을 실시한 결과, 스토킹 성폭력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 범죄에서 재범 및 피해자 위해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피의자에 대해 강제 격리를 신청한 사건은 74건이었다. 강제 격리 조치에는 구속영장 및 체포영장 신청, 피의자 유치장 유치 신청, 접근금지 조치 등이 포함된다.
이 가운데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은 23건이었지만 검찰의 청구와 법원 결정을 통해 영장이 최종 발부된 건은 3건(약 13%)에 그쳤다. 또 스토킹처벌법 상 잠정조치와 가정폭력처벌법·아동학대처벌법 상 임시조치를 포함해 피의자를 유치장에 유치하겠다는 경찰의 신청도 8건 중 2건(25%)만 법원에서 최종 받아들여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피의자 신병 확보 과정에서 검찰과 법원의 문턱을 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14일 발생한 스토킹 살해 사건에서도 범인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반려해 풀려난 지 이틀 만에 범행을 저질렀다. 검찰은 영장 반려 사유를 두고 “일부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스토킹 범죄 혐의에 대한 보완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구속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피의자 조 씨에 대한 과거 여타 범죄까지 끌어 모아 영장을 신청했는데, 영장 반려 후 재신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이 터져 안타깝다”고 했다.
피의자를 경찰서 유치장에 최대 1개월 간 구금할 수 있는 ‘잠정조치 4호’도 구속영장만큼 검찰에 신청하는 절차가 쉽지 않으며, 법원의 결정을 받아내기도 까다롭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검사는 스토킹범죄의 재발 우려를 인정하면 직권 또는 사법경찰관의 신청에 따라 법원에 이를 청구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14일 스토킹 살인사건의 경우 경찰이 구속영장 신청과 잠정조치 4호 중 하나를 고려하던 중 비교적 발부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구속영장 재신청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스토킹 범죄를 바라보는 검찰, 법원 등의 시각 변화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검찰, 법원이 스토킹 범죄를 위험하고 시급한 사안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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