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을 쪼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하루 2시간 넘게 문자를 보내고 있는데, 앞으로 확진자가 더 폭증하면 대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원내 감염’이라도 발생할까 봐 불안합니다”
17일 오전 서울 중구 보아스 이비인후과병원 오재국 원장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이같이 말했다. 오 원장은 이날 오전부터 전화해야 할 환자 20여명이 적힌 용지를 들고, 환자와 통화를 마친 후 증상을 기재했다. 일부 환자의 차트에는 ‘기침, 가래’ ‘열이랑 몸살은 심하지 않음’ 등의 증상이 적혀 있었고, 처방된 약물이 쓰여 있었다.
해당 병원은 모니터링 의무가 없는 재택치료 일반관리군 등을 담당하고 있지만, 확진 판정을 받은 첫 날과 격리해제되는 마지막 날에 환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 병원에서 현재 담당하는 환자는 수백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날 오 원장은 전날(16일)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20대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양성 판정 문자 확인 여부와 증상을 물었고, A씨는 “오한이 있고, 목이 약간 아프다”고 답했다. 오 원장은 “(코로나19 증상이) 목감기와 비슷해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기침, 가래가 심하게 나거나 호흡곤란 등이 지속되는 등 폐렴 증상이 있으면 대면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또 다른 50대 환자 B씨에게 오 원장은 “어제 처방드린 약에 몸살, 인후통, 가래를 완화하는 약이 있다” “이상이 생기면 보낸 문자에 적혀있는 의료기관에 전화를 하면, 처치를 받을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을 안내했다.
보아스 이비인후과병원 의료진들도 비대면 진료를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병원 직원들은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들에게 안내문자를 보내는데, 담당하는 환자수가 많아 매일 2시간이 넘게 걸리다고 한다. 확진자 폭증으로 인해 문자를 보내는 환자 수도 일일 50명~60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오 원장은 “토요일 날 검사를 하고 일요일날 검사결과가 나온 경우가 가장 문제가 된다. 일요일은 직원들의 정식 근무시간이 아니라서 팀을 짜서 (출근을 하고) 연락을 하는데, 최근에는 보건소에 환자를 신고하는 과정도 복잡해졌다”며 “환자, 의료진이 일선 보건소와 전화 연결 자체가 너무 어려운 점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보다도 확진자가 폭증할 경우 재택치료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 원장은 현재도 점심시간,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해 재택치료자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오 원장은 “설날 바로 다음 날부터 비대면 진료를 하도록 되어있었기 때문에, 정말 최선을 다해 준비를 해도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며 “대개 개인 병원들은 원장 한 명과 직원 2~3명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정말 어렵다. 시스템은 시스템대로 만들어야하고, 전화는 전화대로, 진료는 진료대로 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 너무나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병원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원내감염으로 양성판정을 받으면, 어떻게 위로해야할지 너무나 고민스럽다”며 “동료 의사 중에서도 (코로나19 진료 중) 감염이 돼 돌아가신 분도 계신다. 현실적으로 의료진들은 큰 무기 없이 전쟁터에 나와있는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변이주로 신규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지난달 29일부터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만 실시하는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동네 의원으로 확대한 바 있다. 또 지난 10일부터는 재택치료 대상자 중 일반관리군은 정기 모니터링을 없애고, 필요시 비대면 진료를 받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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