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적용…6명 모임은 유지
정부, 대선 일정 고려 3주간 시행
경기도 청소년 방역패스 효력정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18일 10만 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를 검토해온 정부는 확진자 폭증세에 따라 3주간 사적 모임 인원은 6인으로 유지하고 식당 카페 등의 영업시간만 오후 10시로 한 시간 늦추는 ‘제한적 방역 완화안’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까지 집계된 확진자 수는 이미 10만 명을 넘었다. 이에 따라 18일 오전 발표되는 신규 확진자는 전날(9만3135명)보다 1만 명가량 많은 10만 명대 중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이 거세지면서 중환자, 사망자 등 주요 지표들도 악화되고 있다. 17일 0시 기준 위중증 환자가 389명으로 전날(313명) 대비 하루 만에 76명(24.3%) 증가했다. 재택치료자는 31만4565명으로 전날(26만6040명)보다 5만 명 가까이 늘었다. 17일 기준 한 주간 코로나19 사망자는 총 275명으로 전주(151명)의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코로나19 입원 환자 역시 최근 한 주 사이 1만215명에 달했다. 3주 전(5546명)의 약 2배다.
주요 지표들이 일제히 악화되면서 방역당국은 ‘6인-오후 10시’라는 일부 완화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새로운 거리 두기는 21일부터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정부는 주말인 19일로 시행 시점을 당길 방침이다. 적용 기간도 대선(3월 9일) 일정을 고려해 2주가 아닌 3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각계의 시간제한 해제 요구가 거셌는데 완화 폭은 작지만 빠르게 적용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한편 법원은 서울에 이어 경기도에서도 12∼18세 청소년에 대한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에 제동을 걸었다. 수원지법 제2행정부(부장판사 양순주)는 백신패스반대국민소송연합 회원 등 경기도민 256명이 경기도지사를 상대로 낸 방역패스 처분 취소 집행정지 신청을 17일 일부 인용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 내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은 행정소송 1심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효력이 정지된다.
코로나 사망자 일주일새 1.8배로 늘어…또 의료대란 빨간불
신규 확진자 10만명대 치솟아 사망자, 지난주 151명→이번주 275명 작년 델타 확산 때보다 급격한 증가 NYT “韓 방역모델 지속 어려워져”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일주일 만에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장례시설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코로나19로 숨진 지난해 말 ‘델타 변이’ 유행 때보다 증가세가 급격하다. 의료체계 점검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 주간 코로나19 사망자 1.8배로
17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사망자가 36명 추가됐다. 15일엔 지난달 19일(74명) 이후 27일 만에 가장 많은 61명의 사망자가 나왔는데 그 전후로도 꾸준히 하루 30명대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더 우려되는 부분은 사망자 수 증가 속도다. 최근 일주일(11∼17일) 국내 코로나19 사망자는 총 275명으로 전주(151명) 대비 1.8배로 늘어났다. 지난해 7월 피서철을 앞두고 이동량 증가에 주간 사망자가 12명에서 27명으로 2.1배 늘어난 적이 있지만 이후로는 이처럼 급격한 증가세를 보인 적이 없다.
델타 변이가 국내 유행을 주도한 지난해 11, 12월 ‘병상 대란’이 일어나면서 역대 가장 많은 사람이 코로나19로 숨졌다. 하지만 그때도 사망자 증가율은 지금처럼 높지 않았다. 당시 주간 사망자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때는 11월 27일로 전주 대비 1.5배였다.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이 높지 않지만 확진자가 이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면서 결국 사망자 증가가 현실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 오미크론 선행국, 유행 꺾여도 사망자 늘어
우리보다 먼저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겪은 해외에선 신규 확진자 증가세가 꺾인 뒤에도 2, 3주 더 사망자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1월 셋째 주(9∼15일)에 역대 가장 많은 562만 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이후 급감해 지난주(2월 6∼12일)엔 126만 명이 됐다. 하지만 같은 기간 미국 내 주간 사망자는 1만3565명에서 1만6270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확진 후 위중증으로 악화돼 사망에 이르기까지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확진자 수가 정점을 찍어도 사망자가 2, 3주 더 늘어나는 현상은 미국 외에 영국 이탈리아 등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해외에서 오미크론 변이와 델타 변이가 각각 유행한 시기에 최다 사망자를 비교해 보면 오미크론 쪽이 더 많았다.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보다 치명률이 3배 낮지만 확진자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이달 첫째 주(1월 30일∼2월 5일) 1만7444명이 코로나19로 숨졌는데 이는 델타 변이 유행의 정점이었던 지난해 9월 넷째 주(19∼25일) 1만4375명보다 많은 수치다. 프랑스에서도 오미크론 유행 시기 사망자가 델타보다 2.9배 많았다. 국내에서도 이전에 없던 규모의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 “미국 영국, 여전히 한국보다 방역 엄격”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를 검토하는 등 해외에서 방역 완화 논의가 나오고 있지만 대다수는 여전히 국내보다 강도 높은 방역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각국 방역 조치를 9개 분야로 나눠 평가하는 영국 옥스퍼드대의 ‘코로나19 엄격성지수’에 따르면 13일 기준 한국의 엄격성지수는 46.3점으로 독일(84.3점)은 물론이고 미국(58.8점)이나 일본(47.2점)보다도 낮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 시간) “코로나19 극복 스토리를 가진 한국이 이제 자신의 방역 모델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오미크론 변이에 한국의 공중보건시스템이 압도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필수 의료용품을 제때 못 받거나 상담전화가 연결되지 않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외 코로나19 대응을 연구하는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 등은 방역을 완전히 완화한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활동을 자제해 유행 규모가 줄고 있다”며 “아무것도 안 해도 알아서 유행이 잡힐 거라고 오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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