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사는 A 씨(59)는 17일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자 관악구의 한 병원 응급실을 찾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확진 판정을 받은 후에는 가족들을 내보내고 재택 셀프치료에 들어갔다.
18일 오전 9시 40분경 혼자 집에 있던 A 씨는 가족과 통화하며 “몸이 좋지 않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관악구 보건소에서 처음 A 씨에게 연락한 건 4시간이 더 지난 오후 1시 반이었다. 보건소 측은 기초역학조사 안내를 위해 다음 날 오전까지 총 4차례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결국 가족이 19일 오전 “연락이 안 된다”며 119에 신고했고, A 씨는 사망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코로나19 사망자 진단이 나와 보건당국에 사체를 인계했다”며 “정확한 사망추정시간은 현재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 허점 노출된 셀프 치료
정부가 10일부터 재택치료 모니터링 대상자를 60세 이상 등 집중관리군으로 한정하면서 무증상 경증 환자들은 사실상 ‘셀프 치료’를 하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A 씨처럼 재택치료 중 의료조치를 못 받은 채 사망하는 사례가 이어지며 의료·방역 체계의 허술함이 노출되고 있다.
관악구 보건소도 연락이 안 되는 A 씨의 상황에 주목했지만 사망을 막진 못했다. 확진 후 보건소와 한 번도 연락되지 않은 A 씨는 사망 시점까지 ‘집중관리군’ 분류 여부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보건소가 A 씨의 사망 사실을 파악한 것은 경찰이 사망 사실을 통보한 19일 오전 10시경이었다. 관악구 관계자는 “연락이 안 돼 자택 방문 등의 조치를 검토하던 중이었다”고 했다.
일반관리군의 경우 동네 병·의원에서 비대면 진료 및 처방을 받거나 지방자치단체의 24시간 의료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상태가 악화돼 응급 상황이 생기면 119로 연락하면 되기 때문에 의료 공백은 없다는 게 보건 당국의 입장이다. 하지만 A 씨는 확진 판정 직후 상태가 빠르게 악화되면서 어떤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응급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보건소에서 별도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구당 하루 1000명 내외의 확진자가 나오다 보니 기민한 대응은 어렵다”며 “일반관리군까지 세세하게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확진자 폭증으로 보건소와 상담센터 연락이 어렵다 보니 긴급하지 않은 재택치료 상담이 119로 몰리는 ‘풍선 효과’도 발생하고 있다. 광주시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재택치료자의 119 상담 건수는 지난해 12월 394명에서 이달 15일 기준 850명으로 급증했다. 화재 등 긴급업무 대응에 차질이 우려되자 광주시 소방안전본부는 이날 “일반관리군 확진자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의료상담센터’나 ‘행정안내센터’를 통해 우선 전화 상담을 받아달라”고 당부했다.
재택치료 중 무단 이탈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7일부터 재택치료자의 위치 추적이 가능한 자가격리 애플리케이션이 중단되면서 무단 이탈한 확진자들이 거리를 누벼도 방역당국이 파악하기 어려워졌다. 15일 재택치료 중 찜질방에 갔다가 사망한 인천의 70대 남성의 경우 방역당국은 구급대 연락을 받기 전까지 무단이탈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 ‘위드 코로나’ 초기보다 사망자 늘어
전문가들은 현재 각종 방역 지표가 지난해 11월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나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일주일(14~20일) 동안 하루 평균 코로나 19 위중증 환자 수는 365명으로 지난해 ‘위드 코로나’ 이후 첫 일주일(지난해 11월 1~7일) 376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 사망자 수를 보면 최근 일주일은 324명으로, 위드코로나 후 첫 일주일(118명)의 2.7배나 된다.
중환자 병상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점도 위기 신호다. 13일까지만 해도 22.2%이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한 주만에 32.5%로 뛰어올랐다. 확진자와 중환자 증가 사이에 2, 3주 시차가 있다는 걸 감안하면 앞으로 중환자 증가세는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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