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에는 유독 ‘별’과 관련된 지명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낙성대(落星垈)다. 고려시대 명장 강감찬 장군이 태어난 곳인데, 출생 당시 집 쪽으로 ‘큰 별이 떨어졌다’는 전설에 따라 붙은 지명이다. 낙성대 인근의 ‘별빛내린천’ 역시 강 장군 설화를 모티브로 붙여진 명칭인데 ‘수많은 별처럼 즐거움이 가득한 하천’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 청년들의 문화·예술공간 ‘S1472’
지하철 2호선 신림역 5번 출구로 나오면 양쪽으로 시원하게 뻗은 넓은 ‘별빛내린천길’을 만날 수 있다. 관악산에서 시작해 안양천으로 흘러가는 ‘도림천’은 2020년 관악구 구간만 ‘별빛내린천’으로 이름을 바꿨다.
17일 오후 신림역에서 별빛내린천으로 들어서자 파란색 컨테이너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문화·예술공간 ‘관천로 문화플랫폼 S1472’다. 주민 의견을 반영해 이름을 지었는데 ‘S’에는 ‘신림’ ‘별(star)’의 의미가 담겼고 ‘1472’는 이곳의 번지수라고 한다.
낡은 주차장 부지를 서울시의 생활권 도로다이어트 사업과 연계해 주민들의 문화 쉼터로 변신시켰다. 2개 층으로 이뤄진 실내에는 지역주민과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전시·공연이 열린다.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잠시 중단됐지만 청년 예술인들을 위한 공연장으로 많이 활용됐다고 한다. 공연이 없는 날은 주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쓰인다.
관악문화재단 관계자는 “관악구는 2030 인구가 전체의 40%가 넘을 만큼 청년층이 많이 사는데 문화공간은 부족했다”며 “모든 주민의 소통 공간이면서 동시에 청년 문화·예술인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꾸몄다”고 설명했다.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통유리창은 모니터 역할을 할 수 있는 특수 유리로 제작됐다. 밖을 산책하는 주민들도 즐길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지역 예술가 등이 만든 미디어 콘텐츠를 재생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금은 시범운영 기간인데 주민 의견을 반영해 프로그램과 공간 구성을 계속 수정해 나갈 예정이다.
○ 청둥오리도 목격… 시장 구경도 재미 ‘쏠쏠’
S1472를 나와 별빛내린천 산책로로 접어드니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많은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곳곳에 벽화 등 포토존이 있어 추억 사진을 남기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산책 중에는 갈대 등 다양한 식물을 볼 수 있었다. 이날은 보지 못했지만 청둥오리 등 야생조류도 종종 목격된다고 구 관계자는 설명했다.
별빛내린천은 인근 상권으로 곧장 연결되기 때문에 산책을 전통시장 쇼핑이나 동네 구경으로 이어가는 재미도 있다.
전통시장인 ‘신원시장’은 신림동의 정겨운 동네 분위기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1970년대를 전후해 생겼는데 원래 명칭인 ‘인정시장’에서 2008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120여 곳의 가게가 있는데 저녁이면 장을 보러 나온 동네 주민들로 북적인다. 순대가게가 모여 있는 순대타운도 둘러볼 만하다. 별빛내린천을 찾는 발길이 늘면서 가게들 매출도 꽤 늘었다고 한다.
관악구는 내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별빛내린천 산책로를 연장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S1472에서 별빛내린천을 따라 서울대까지 걸어갈 수 있게 된다. 구 관계자는 “기존 복개 구간을 철거하고 생태하천으로 복원해 관악산까지 이어지도록 별빛내린천길을 연장할 계획”이라면서 “서울의 대표적인 주민 휴식공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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