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하는 등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해 기소 4년 6개월여 만에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고 전 이사장의 무죄 판결에 대한 재상고 기한인 지난 18일까지 법원에 재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형사재판에서 판결에 불복할 때는 선고를 내린 재판부에 판결 선고일로부터 7일 이내 상소장을 제출해야 하지만 검찰이 재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고 전 이사장의 형사 재판은 무죄로 마무리됐다.
앞서 고 전 이사장은 18대 대선 직후인 2013년 1월 4일 한 보수단체 신년하례회서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대해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면서 검사장 인사와 관련해 불이익을 줬고, 부림사건의 변호인으로 공산주의자”라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된 바 있다.
부림사건은 1981년 9월 공안당국이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감금, 고문한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허위자백을 받아내 기소했고 이후 2014년 재심을 통해 무죄가 선고됐다.
고 전 이사장은 부림사건 당시 부산지검 공안부 수사검사였으며, 문 대통령은 고 전 이사장의 주장과는 달리 1981년 부림사건을 맡은 변호인이 아니라, 2014년 재심사건의 변호인이었다.
1심은 ‘문재인은 부림사건 변호인으로 공산주의자’라고 한 고 전 이사장의 허위 발언에 대해 “당시 변호인이었다는 사실 자체가 문 대통령의 사회적 가치 저하라고 볼 수 없다. 부림사건을 맡은 변호인이 아닌 것을 알고 그런 주장을 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또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은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의미를 내포한다고 볼 수는 없다. 용어의 다양성을 고려하면 공산주의가 일반적으로 북한과 연관돼 사용된다는 사정만으로 그 표현이 부정적 의미를 갖는 사실 적시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전후 맥락을 비춰보면 문 대통령이 부림사건 변호인이었다는 고 전 이사장의 표현은 재심사건이 아닌 원 사건이 명백한데, 문 대통령은 원사건의 변호인이 아니므로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한다. 이에 기초한 공산주의자 발언 또한 허위”라고 지적하며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공적 인물인 문 대통령의 정치적 이념이나 행적에 관해 자신의 평가나 의견을 표명한 것에 불과할 뿐, 명예를 훼손할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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