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복권 사업이나 가상화폐(코인)에 투자하면 원금의 90%를 배당금 수익으로 주겠다며 노인들을 속여 550여억 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부산과 대구의 노인을 상대로 이렇게 돈을 뜯어낸 혐의(유사수신 및 사기 등)로 총책인 40대 A 씨와 부산지사장 60대 B 씨를 구속하고 이들을 도와 피해자를 끌어들인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들은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부산과 대구에 ‘○○베스트’라는 이름의 가짜 투자회사를 설립하고 “코인과 미국복권 사업에 투자하면 투자금의 1%를 90회에 걸쳐 지급하겠다”며 2600여 명을 꾀어 552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1000만 원을 투자하면 매월 10만 원씩 90회에 걸쳐 수익금을 주겠다는 방식으로 피해자를 현혹했다. 실제 원금을 투자한 피해자들에게 초기에 매월 꼬박꼬박 약속한 배당금이 입금됐고, 피해자들은 의심 없이 지인들에게 동참을 권유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초기에 매월 약속한 수익이 들어오자 4억 원 가까운 돈을 이들에게 건넨 피해자도 있었다.
이들은 부산과 대구에 마련한 사무실에서 투자설명회를 개최한 뒤 “우리가 개발한 코인이 해외에서 거래 중이며 곧 국내 거래소에도 상장 될 것이다. 초기에 투자하면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광고했다. 또 “미국 유명 복권의 당첨번호를 예측하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며 이를 구동시키는 모습을 보여주며 피해자를 속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60대 한 피해자는 매월 일정 금액의 수익금이 나오자 이들을 믿고 5억 9000만 원을 투자했다”며 “이 중 3억 8000만 원은 배당금으로 돌려받았지만, 나머지 2억 1000만 원은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고소장을 내는 등 피해신고를 한 이들은 870여 명이며, 이들 중 80%가 65세 이상 노인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은 가로챈 투자금으로 코인이나 해외 복권 사업은 전혀 하지 않았다. 신축 중인 경북의 한 호텔이 시행사 부도로 매물이 나오자 법원 경매로 20억 원에 낙찰받고 공사비 등으로 피해자의 돈을 지출했다. 또 새로 끌어들인 투자자의 돈을 기존 투자자에게 매월 지급하는 용도로 쓰기도 했다. 초기에는 이런 ‘돌려막기’로 투자자의 의심을 피할 수 있었으나 점차 배당금 지급액이 늘고 지급 시기가 밀리면서 사기행각이 드러났다.
최해영 부산경찰청 강력2계장은 “A 씨 등이 투자에 관한 설명을 했지만 피해 노인 대다수는 미국 복권이나 코인 등으로 돈을 버는 구체적인 방법을 궁금해하지 않았다. 지인이 일정 금액을 내고 매월 배당금을 번다고 하니 선뜻 투자금을 내놨던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자신의 피해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많아 추가 피해 신고를 접수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이 범행 수익으로 얻은 호텔 등에 대해 기소 전 추징 보전을 신청했다. 경찰은 A 씨 일당의 추가 은닉재산을 파악하는 등 보완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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