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층 매달린 여성, 온몸으로 떠받쳐 살렸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21일 18시 19분


극단적 시도 여성 구하려 ‘인간 피라미드’ 만든 경찰들

서울의 다세대주택 건물 3층에 목이 줄에 감긴 채 매달린 시민을 경찰이 ‘인간 피라미드’를 만들어 가까스로 구조했다.

경찰에 따르면 18일 오전 6시 20분경 서울 마포구 홍익지구대에 “술 취한 사람이 싸우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순찰 중 무전을 받고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이 지구대 김문홍 경위(40)의 눈에 다세대주택 건물 3층 창문 밖으로 목에 줄이 감긴 채 매달려 있는 여성 A 씨의 모습이 들어왔다.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이었다.

김 경위는 동료 경찰의 도움을 받아 1층 화단을 디딤돌 삼아 건물 외벽을 타고 올랐다. 이어 발로는 건물의 2층 외벽에 살짝 튀어나온 부분을 딛고 손으로는 벽을 붙잡은 채 벽에 달라붙었다. 김 경위가 자신의 어깨로 허공에 떠 있던 A 씨의 발을 떠받치자 목이 졸린 채였던 A 씨는 조금씩 숨을 쉴 수 있었다. A 씨의 몸이 조금씩 움직이자 김 경위와 동료 경찰은 살릴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었다.

김 경위는 2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상황에 관해 “A 씨가 매달린 집의 문이 잠겼다는(구출할 방법이 없다는) 주민 얘기를 들었다”면서 “고민할 겨를이 없었다. 어떻게든 몸으로 A 씨를 받쳐 올려서 목이 졸리는 걸 막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지원 요청을 받은 홍익지구대 동료 경찰관 5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들은 순찰차를 건물 1층에 붙여 주차한 뒤 차 위로 서너 명이 올라가 함께 김 경위를 떠받쳤다. 한 명은 순찰차 아래서 혹시 추락하는 사람이 없는지 살폈다. 경찰들이 서로 목말을 태우면서 ‘인간 피라미드’가 생겨났다. 힘겹게 버티던 김 경위도 다시 A 씨를 떠받칠 힘이 생겼다.

그동안 인근 주민이 A 씨의 목에 감겨있던 줄을 칼로 자르면서 A 씨는 구조됐다. 줄이 끊어지는 순간 갑작스런 무게를 버티지 못한 김 경위는 순찰차 위로 추락한 뒤 튕겨져 다시 화단으로 떨어졌다. 신고 접수 뒤 A 씨가 구조되기까지 9분이 걸렸다.

A 씨는 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현재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다. 추락해 허리와 무릎을 다친 김 경위도 응급치료를 받고 병원 입원 중이다. 김 경위는 “다행히 충격을 완화할 화단이 있었기에 골절은 피했고, 소염제와 진통제를 먹고 있다”면서 “얼른 털고 일어나 이번 주 중으로 지구대에 복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급박한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응해 시민의 생명을 구한 김 경위 등을 표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익지구대는 전국에서도 사건·사고 신고가 가장 많은 지구대 중 하나로 꼽힌다.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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