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동자, 벽에 붙어 여성 밀어 올려
동료들과 ‘목말’… 9분 만에 구조
첫 출동자 추락해 부상… “표창 계획”
채널A
다세대주택 건물 3층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시민을 경찰이 ‘인간 피라미드’를 만들어 극적으로 구조하는 일이 발생했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18일 오전 6시 20분경 서울 마포구 홍익지구대에 “술 취한 사람이 싸우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무전을 받고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이 지구대 김문홍 경위(40·사진)의 눈에는 다세대주택 3층 창문 밖으로 목에 줄이 감긴 채 매달린 여성 A 씨의 모습이 들어왔다.
김 경위는 동료 경찰의 도움을 받아 1층 화단을 밟고 건물 외벽을 올랐다. 이어 건물 2층 외벽에 튀어나온 부분을 딛고 벽에 달라붙었다. 김 경위가 어깨로 허공에 떠 있던 A 씨의 발을 밀어 올리자 목이 졸린 상태였던 A 씨가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김 경위는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주민으로부터 A 씨 집 현관문이 잠겨 (구출할 방법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고민할 겨를이 없었다. 어떻게든 몸으로 A 씨를 밀어 올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돌이켰다.
이어 지원 요청을 받은 홍익지구대 동료 경찰 5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들은 순찰차를 건물 1층에 붙여 주차한 후 차 위로 올라가 함께 김 경위를 떠받쳤다. 경찰 한 명은 순찰차 옆에서 혹시 추락하는 사람이 없는지 살폈다. 경찰들이 서로 목말을 태우면서 ‘인간 피라미드’가 생겨났다.
조금 여유가 생긴 틈을 타 A 씨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경찰들의 도움을 받아 외벽을 타고 올랐고, 목에 감겨 있던 줄을 자르며 구조 작업이 마무리됐다. 신고 접수 뒤 A 씨가 구조되기까지 9분이 걸렸다. 하지만 줄이 끊어지는 순간 갑작스러운 무게를 버티지 못한 김 경위는 순찰차 위로 추락하면서 튕겨 화단으로 떨어졌다.
A 씨는 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현재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다. 추락해 허리와 무릎을 다친 김 경위도 응급 치료를 받고 병원에 입원 중이다. 김 경위는 “다행히 충격을 완화해줄 화단이 있어 골절은 피했다”며 “얼른 털고 일어나 이번 주 중에는 지구대에 복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급박한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응해 시민의 생명을 구한 김 경위 등을 표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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