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중증 2000명까지 감당?…전문가들 “이론으로만 가능, 각자도생해야”

  • 뉴스1
  • 입력 2022년 2월 22일 08시 31분


17일 오후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에 마련된 ‘코로나19 재택치료 단기외래 진료센터’에서 의료진이 어린이 환자를 엑스레이 등을 이용해 진료하고 있다. © News1
17일 오후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에 마련된 ‘코로나19 재택치료 단기외래 진료센터’에서 의료진이 어린이 환자를 엑스레이 등을 이용해 진료하고 있다.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주 유행세가 커지면서 연일 10만명 안팎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위중증 환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유행상황이 (전보다) 어려워진 것이 아니며 위중증 환자 또한 최대 2000명까지 감당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주장”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21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근 하루 확진자가 10만명을 넘고 있지만 당초 예상범위 내에 있으며 걱정했던 것에 비해 상황이 어려워진 것은 아니”라며 “앞으로 위중증 관리와 의료대응 여력에 중심을 두고 상황 변화의 추이에 따라 언제든지 유연하게 거리두기를 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방역당국도 “3차 접종을 통한 인공적인 면역형성과 오미크론 유행으로 자연 면역 등이 더해지면 정점 이후 감소세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며 “(현재 의료여력으로) 위중증 환자를 1500명~2000명까지 감당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그러나 위중증 의료대응 여력을 가늠할 수 있는 확진자 수, 위중증 환자 수, 중환자 병상 가동률 등 각종 수치는 연일 악화되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21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9만5362명으로, 직전 주(14일) 5만4615명보다 4만747명 늘었다.

오미크론 감염자 대다수가 무증상, 경증 확진자라고 할지라도 확진자 규모가 크게 증가하면 위중증 및 사망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는 대부분의 사망자가 60세 이상 고령층이지만, 20만명대 확진자가 나오면 젊은 사망자가 많아질 수 있다.

위중증 환자 수도 전날 480명으로 지난 19일 400명선으로 올라선 후 연일 20~40명대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 2주 전인 지난 2월8일 위중증 환자 수가 268명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2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위중증 환자 증가에 따라 중환자 병상도 빠르게 차고 있다. 전날 기준 중환자와 준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각각 35.4%, 60.2%로, 일주일 전 25.7%, 45.6%와 비교하면 10%p(포인트) 넘게 상승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확진자 수조차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 중증환자 의료대응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이론상으로만 가능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확진자 수치가 위중증 환자 수에 반영되기까지는 2주 정도가 걸리는 점, 확진자 급증으로 병원 내 감염자가 급증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지금이라도 의료대응 여력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순영 가톨릭대의대 명예교수는 “전국 중환자 병상 수는 2664개까지 늘어나 여유가 있지만, 문제는 확진자 수가 늘어남에 따라 감염된 의료진이 늘면서 (가용가능한) 의료인력이 줄어드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라며 “중환자 전담 의료진이 원내감염으로 근무를 하지못하게 될 경우 정부에서 어느 정도의 인력을 지원해줄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확진자 규모가 정확히 예측되지 않는 상황에서 방역지침 완화 방안을 언급하는 것은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확진자의 자가격리 여부를 확인하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달 초 폐지하면서, 방역 곳곳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5일에는 인천에서 재택치료 환자인 70대 노인이 자가격리 중 무단이탈해 찜질방에 갔다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백순영 교수는 “먹는치료제 투약대상과 처방 의료기관이 많아지고, 3차접종률이 높아지면서 확진자 수가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면등교, 스텔스 오미크론 유행 등 남은 변수가 너무나 많다”며 “수요일에 (신규 확진자 수가) 15만명을 넘지 않으면, 급증추세가 다소 꺾였다고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자, 기저질환자, 영유아, 임신부, 미접종자 오미크론 감염자 중 사망자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면역력이 낮은 사람에게는 (대부분 무증상, 경증에 그치는) 오미크론 변이주라도 중증, 사망으로 이어질 만큼 치명적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정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할지 미리 대응체계를 세워둬야한다. 그야말로 각자도생이 필요한 상황이다”며 “가족 중 확진자가 생기면 어디서 격리를 해야 할지, 환기는 어떻게 할 것인지, 확진자의 상태가 악화되면 누가 신고를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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