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본사 1층과 3층을 점거하고 12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3층 점거 농성을 풀었다. 강경투쟁 일변도에서 한발 물러나 CJ대한통운 측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다만 1층 점거는 유지한다.
CJ대한통운이 입은 손실은 이미 심각하다. 회사는 본사 로비 유리문 및 각종 시설물 피해액, 업무방해에 따른 수주 제한 등으로 일일 10억원의 손실을 입는 것으로 자체 집계했다. 이에 총 100억원 상당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CJ대한통운은 21일 입장을 통해 “택배노조가 점거 중이던 3층에서 철수했지만, 주출입구인 1층 로비에 대한 점거 등 불법 점거 상태는 변함없다”며 “본사 로비 면적이나 건물 구조상 불법점거자의 전면 퇴거가 없다면 불안에 떨고 있는 임직원들의 출입 및 정상적인 근무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가 정상적인 근무를 하기 위해서는 1층 로비에 대한 불법 점거 중단이 필수적인 만큼 택배노조의 전면적인 즉각 퇴거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점거에 따른 손실액 규모에 대해서는 “노조의 1층 로비 점거는 계속되고 있어 정확한 손실액 집계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손실은 계속 누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 측이 3층 점거 농성을 풀더라도 불법 점거의 정도가 약해진 것에 불과할 뿐이지 노조 측 주장대로 불법 행위가 무마되거나 본사 영업이 정상화되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CJ대한통운은 재물손괴, 건조물 침입, 영업방해 혐의 등으로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을 상대로 경찰에 고소·고발한 데 이어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다.
현재 본사를 점거·농성 중인 노조원은 200여명으로 늘어난 피해액 만큼 손해배상 소송 규모도 커질 전망이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전국택배노동자대회’에서 “오늘부로 CJ대한통운 3층 본사 점검 농성을 해제하겠다”며 “마지막 대화의 기회를 다시 주기 위해 노조가 대승적으로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진 위원장은 “농성 해제가 CJ대한통운의 잘못된 판단 근거로 작용하면 그보다 훨씬 더 큰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 위원장은 또 CJ대한통운이 대화에 응할 때까지 물과 소금까지 끊는 ‘아사단식’에도 돌입했다.
택배노조의 점거 해제는 88개 종교·시민사회단체·정당 등이 모인 CJ택배 공동대책위원회가 이날 성명을 통해 “사회적 합의의 정신을 되살려 다시금 대화의 장을 열어내고 현재의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택배노조 CJ대한통운지부는 CJ대한통운 본사 점거를 일부 풀었지만, 이날 청계광장에는 롯데·한진·로젠의 택배노조 조합원 2000여명이 모여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현행 방역 지침상 집회 참가 인원이 299명으로 제한되지만 김재연 진보당 대선후보 선거운동과 연계해 집회를 열면서 제한이 풀렸다.
택배노조는 소송과 파업 장기전에 대비하기 위해 ‘투쟁 채권’도 발행한 상태다. 투쟁채권은 노조가 채권을 발행하면 조합원이 이를 구매해 파업이나 점거 농성 중인 노조원의 생계비와 소송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CJ대한통운은 총파업 장기화에 따른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에 엄정한 법집행을 촉구했다. CJ대한통운 측은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고 노조원에 대한 인도적 조치 차원에서 보건당국이 입회한 자가진단검사 및 집단생활에 대한 강력한 행정지도를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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