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에서 마라탕집을 운영하는 한 사장이 독립운동가인 윤동주 시인을 ‘조선족’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2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윤동주 시인이 조선족이라는 배민(배달의민족) 마라탕집 사장’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캡처본에는 마라탕을 주문한 A 씨의 후기와 사장 B 씨의 답변이 담겨 있다.
최근 해당 음식점에서 마라탕과 공깃밥을 주문한 A 씨는 “모르겠다. 콴분(중국 넓적 당면)만 너무 많고 주문한 목이버섯이 별로 없다”며 “대표가 중국인인지 모르고 시켜 먹었다”고 후기를 남겼다.
이에 사장 B 씨는 “저희 매장에서는 가격이 표시되는 전자저울로 재료(무게)를 측정하는 거라 규정에 맞는 일정한 양을 넣어 드렸다”며 “빈정 상했다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저희는 재한 중국 동포다. 일제 강점기에 잃어버린 나라를 찾으려고 만주로 건너간 170만 혁명 열사 후예”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광복을 맞이했지만 조선족은 민족의 정체성을 없애려는 중국 정부에 맞서 시위하다가 입국이 정지됐다”며 “국가 정치적인 문제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조선족이 이번 사태의 희생양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B 씨는 이와 함께 윤동주의 ‘서시’를 언급하면서 “일제강점기에 짧게 살다 간 젊은 시인 조선족 윤동주. 고향은 북간도로, 현 중국 길림성 룡정시”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윤동주가 왜 중국 조선족이냐. 또 역사 왜곡한다” “우리 동네 음식점이네, 절대 시켜먹지 않겠다”며 날을 세웠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윤동주를 조선족이라 부르는 건 잘못됐지만, 글을 읽어보면 사장님은 공산당에 반대하고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동주는 만주 북간도의 명동촌(明東村)에서 태어났지만 중학 이후 평양, 서울, 일본에서 활동하며 모든 작품을 한글로 쓴 한국의 대표적인 민족저항 시인이다. 한국 학계에 따르면 윤동주는 조선인으로서의 민족적 정체성이 뚜렷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일부 중국인들이 윤동주가 중국에서 태어난 것을 두고 ‘국적은 중국, 민족은 조선족’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실제로 중국 최대 포털인 바이두에 이같이 표기돼있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두 차례 항의하기도 했다.
이들은 윤동주뿐만 아니라 독립운동가 이봉창 의사의 정보도 왜곡 기재했다. 이봉창 의사의 국적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민족을 조선족으로 표기해 올해 초 서 교수가 강하게 항의한 바 있다. 서 교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들의 소개를 올바르게 고칠 수 있도록 계속해서 항의하고 시정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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