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이삿짐을 옮기던 사다리차가 넘어지면서 주민들이 숨지고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아파트촌에서 사다리차 전도 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서울 노원경찰서와 노원소방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12분경 상계동의 한 아파트 17층에서 이삿짐 운반 후 철수하던 사다리차가 넘어졌다. 전도된 사다리는 A 씨(70)와 A 씨의 손자 B 군(6)을 덮쳤고, 크게 다친 A 씨는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B 군은 부상을 당해 병원에서 치료 중이고 지상에 주차된 차량 5대도 파손됐다.
사고 당시 사다리차는 이삿짐 운반 작업을 마치고 사다리를 접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다리차 운전 기사는 현장에 출동한 소방 관계자에 “눈이 내리고 강풍이 불어서 갑자기 사다리가 넘어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경찰은 넘어진 사다리의 길이가 최소 40미터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파트 1개 층 높이가 2.5미터 내외인 걸 감안해 계산한 결과다. 경찰 관계자는 “강풍 관련 수칙을 준수했는지 여부와 장비가 노후화됐던 것은 아닌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다리차 업계에 따르면 이사를 시작하거나 마무리하며 사다리를 펴고 접을 때 사고 위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십 미터에 달하는 사다리를 접고 펴는 과정에서 사디리를 지탱할 구조물이 없다보니 강풍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특히 사다리차 전도 사고는 최근 들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달 3일 오전 8시 40분경 인천 부평구 한 아파트 단지에선 24층으로 이삿짐을 나르던 사다리차가 옆으로 쓰러졌다. 높이 뻗어 있던 사다리는 맞은편 아파트에 부딪혔고, 일부 세대 창문과 방충망이 파손됐다. 주민 20여 명이 긴급 대피했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지난달 강원 춘천시 아파트 단지에서는 22층의 이삿짐 운반 작업 중 60여 미터 높이의 사다리차가 쓰러졌고, 지난해 10월에도 경기 용인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두 사고 모두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사다리차 전도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대형 인명 피해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무리한 작업 △장비 노후 등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복영 세명대 보건안전공학과 교수는 “이사철 작업량이 몰리면서 현장 작업자들이 안전수칙을 충분히 준수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엔 사다리차 제작 기술도 발전하면서 그렇게 쉽게 넘어지지 않도록 설계됐다. 안전수칙을 충분히 준수하고, 기상 상황 등을 고려해 무리한 작업은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경찰은 춘천 사다리차 전도 사고를 조사한 결과 사다리차 하부를 지탱하는 부품이 노후화하며 사고가 난 것으로 결론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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