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아파트서 40m 사다리 쓰러져 길 가던 할머니 숨지고 손자 다쳐
운전사 “강풍에 갑자기 넘어져”… 경찰, 안전수칙 위반 여부 등 조사
이사철 인천-춘천서도 사고 잇따라… 노후장비 바꾸고 안전관리 강화해야
《이사철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사다리차가 이삿짐을 나르다 쓰러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21일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이삿짐 운반을 마치고 철수하려던 사다리차의 사다리가 쓰러지면서 할머니와 손자를 덮쳐 할머니가 숨지는 날벼락 같은 사고가 벌어졌다. 최근 한 달 새 벌써 세 번째 사다리차 전도 사고다. 사고가 이어지는 원인으로 노후화된 장비와 함께 일감이 몰리면서 작업자들이 현장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을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사다리차의 사다리가 왼쪽으로 넘어가더니 (화단) 나무를 스치고 멀리 있는 관리사무소 인도까지 넘어갔더라고요. 가까이 가보니 한 아이가 사다리 아래서 기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 창문을 내다보니 사다리가 넘어져 있었어요.”
21일 오후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벌어진 이삿짐 운반용 사다리차의 사다리 전도(顚倒) 사고를 목격한 주민들은 22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21일 사다리차가 17층 이삿짐 운반을 마치고 철수하기 위해 사다리를 접는 과정에서 사다리가 넘어지며 이 아파트 주민 A 씨(70)와 B 군(6)을 덮쳤다. 사다리차는 아파트 건물 3, 4호 라인 쪽에 있었고 A 씨와 B 군은 1, 2호 라인 출입문으로 들어가려던 중이었다. B 군의 할머니인 A 씨는 머리를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B 군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전도된 사다리의 길이는 최대 40m로 추정된다.
“사다리 펴고 접을 때 특히 위험”
최근 이사철을 맞은 아파트 단지에서 이삿짐 운반용 사다리차나 사다리가 전도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드러난 것만 최근 한 달 새 세 번째다. 전문가들은 일부 사다리차의 노후화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무리한 작업 등이 사고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5일 강원 춘천시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난 사다리차 전도 사고의 경우 장비 노후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당시 사다리차가 22층 이삿짐 운반 중 약 60m 높이까지 사다리를 펼친 채 옆으로 쓰러졌다. 이 사다리차를 운영한 이삿짐센터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사다리 하부를 지탱하는 부품이 노후화됐다”고 말했다.
이사철에 일이 몰리는 상황에서 작업자들의 부주의로 사고가 나기도 한다. 이달 3일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선 24층으로 이삿짐을 나르던 사다리차가 옆으로 쓰러졌다. 경찰은 운전자의 부주의로 사고가 일어났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지난해 10월 경기 용인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일어났다. 춘천과 인천, 용인 사고에선 다행히 인명 피해가 없었다.
21일 노원구 사고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가 강풍 관련 안전수칙을 준수했는지, 장비 노후 문제는 없었는지 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사다리차 운전사는 이날 소방 관계자에게 “눈이 내리고 갑자기 강풍이 불면서 사다리가 넘어졌다”고 밝혔다. 한 사다리차 업체 관계자는 “이삿짐 운반을 시작하거나 마무리할 때 사다리를 펴고 접는 동안이 위험하다. 사다리가 차 말고는 지탱할 구조물이 없어 바람에 흔들리기 쉽다”고 했다.
“사전 장비 점검 철저히 해야”
전문가들은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사전 장비 점검과 안전수칙 준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복영 세명대 보건안전공학과 교수는 “이사철 작업량이 몰리면서 작업자들이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았을 소지가 있다”며 “특히 사다리차의 ‘아웃 트리거’(전도 방지용 지지대) 4개의 수평을 맞추는 게 중요한데, 반드시 지형에 맞게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의 한 이사업체 대표는 “노후 장비를 사용하는 업체가 적지 않은데, 사다리를 펴고 접을 때 정상 속도로 원활히 작동하는지, 파손된 부분은 없는지 등을 사전에 살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방자치단체가 이사 현장의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불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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