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발표될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6만 명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9만9573명이었는데 하루 만에 6만 명가량 폭증한 것이다.
22일 각 시도 집계에 따르면 이날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잠정 집계된 신규 확진자는 15만9000명이 넘어 역대 최다였다. 방역당국은 전날 ‘23일 전후로 하루 신규 확진자가 13만 명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는데 이를 훌쩍 넘겼다. 2일 처음으로 2만 명대가 된 하루 신규 확진자는 5일 3만 명, 9일 4만 명, 10일 5만 명, 16일 9만 명, 18일 10만 명을 넘어섰다. 21일 기준 재택치료자는 처음 49만 명이 넘었다. 최근 1주일(16∼22일) 코로나19 사망자는 338명으로 전주(241명)보다 1.4배로 늘었다.
정부 예측을 뛰어넘는 확진자 폭증이 거듭되면서 코로나19 확진 사망뿐 아니라 병상 부족 등 간접 원인으로 인한 사망자도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22일 통계청은 ‘코로나19 초과사망 분석’ 보고서에서 델타 변이가 유행한 지난해 11월 28일부터 올 1월 1일까지 5주간 국내 초과사망이 4429명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질병관리청이 집계한 코로나19 사망자 2133명보다 2296명 많다.
‘초과사망’은 과거 3년의 같은 기간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숨졌는지 나타낸 것으로, 코로나19 확진 사망자뿐 아니라 제때 치료받지 못한 비코로나 사망자까지 포괄한 통계다. 2296명은 코로나19가 간접적으로 사망에 영향을 미친 ‘예방 가능했던 사망자’인 셈이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난해 말 의료 역량이 코로나19에 집중되면서 다른 환자들은 치료를 포기한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병상대란 한달여간 간접사망, 코로나 확진 사망자보다 많아 한달새 4429명 초과사망 발생은 태풍-지진 같은 대형 자연재해 수준 최근 병상부족에 대책 시급 목소리… 정부, 확진의료진 격리 단축 검토
#1. 지난해 12월 초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심정지 환자 A 씨가 이송됐다. 곧장 강심제(심장약)를 투여해야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응급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구급차 안으로 뛰어 들어가 15분간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A 씨는 끝내 숨졌다.
#2. 이달 21일 B대학병원은 뇌출혈 응급수술을 중단했다. 신경외과 의료진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서다. 인근 다른 병원도 마취과 사정으로 뇌출혈 환자를 받지 못하게 됐다. 이 지역에서 뇌출혈 응급수술이 가능했던 병원 2곳이 갑자기 ‘진료 불가’를 통보하면서 응급환자들은 먼 병원으로 이송될 처지가 됐다.
병상 대란 당시 초과사망, 자연재해 수준
A 씨와 같은 죽음은 코로나19의 간접적인 영향에서 비롯됐지만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사망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코로나19 확진으로 인한 사망이 아니기 때문이다. B대학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하는 뇌출혈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통계청 초과사망 통계로는 A 씨처럼 코로나19가 직접 사인은 아니나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사망자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할 수 있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8일부터 올 1월 1일 사이에 국내에서는 총 3만4954명이 사망했다. 과거 3년간(2018∼2020년) 같은 기간에 신고된 최다 사망자(3만525명)보다 4429명이 많았다. 초과사망이 4429명이었다는 뜻이다.
한 달여 만에 4000명이 넘는 초과사망이 발생한 것은 태풍이나 지진 등 대형 자연재해 때나 볼 수 있는 규모다. 오히려 코로나19의 경우 확진 사망자가 늘어도 사적모임 제한 등 방역 조치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줄기 때문에 전체 사망자는 크게 늘지 않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도 지난해 말엔 코로나19가 간접적으로도 수많은 죽음을 초래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병상이 대거 차출되면서 일반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한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해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시기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전담병상에 입원하지 못하고 응급실 병상에서 300시간 넘게 대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심근경색 등 일반 응급환자가 갈 병상도 부족했다. 중환자 병상 부족으로 암이나 장기이식 수술을 연기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의료진 격리에 일선 병원 ‘진료 불가’ 속출
23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6만 명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최근 일선 병원에서는 지난해 말과 비슷한 병상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의료진이 집단 감염돼 병동이 통째로 폐쇄되는 사례도 나온다. 의료진 확진 탓에 환자 수용 불가를 통보한 병원은 수도권에만 6곳이었다. 일반 응급환자가 발열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일 경우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음압격리실에서 대기해야 하는데, 이런 공간도 점점 여유가 줄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 공백을 메울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응급환자의 PCR 검사 대기 공간을 늘리고 의료진 격리에 따른 일손 부족을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상황은 지난해 말보다 더 안 좋다. 이대로는 정상 진료가 어려운 상황까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료 여력 확보를 위해 코로나19 확진 의료진의 격리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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